록햄턴, 맑음
YHA를 떠나 테이브로스 근처 센트럴 호텔로 왔다. 그간 여러모로 신경써준 어시한테는 1000원짜리 한국 지폐를 줬다. 뭐라고 읽냐며 엄청 고마워했다.
짐없이 걸어다닐 때는 가깝게 느껴지던 숙소까지의 거리가 역시나 짐을 지니 엄청 멀게만 느껴졌다. 바꾼 120리터짜리 가방에 하나가득(분명 20킬로가 넘을 것이라 여겨진다) 담고 등에도 노트북을 비롯 한 가득 매고나니, YHA에서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의 비교적 그 짧은 거리를 걷는데도 땀이 비오듯 흘렀다. 더 이상 옮겨다니기는 힘들어. 여기서 죽던살던 일 잡아야 해. 바램처럼만 된다면 나의 호주생활도 얼추 큰 고민은 다 이룬 것이지만...
9시 반쯤 왔는데 숙소는 10시 10분이 되어서야 문을 열었다. 시티에서 사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듯 했다. 역시 이런 곳에 주인들이 살지는 않겠지.
주당 100불로 4인실을 혼자 쓰는 것은 좋았지만 숙소는 삐걱거리는 나무바닥에 침대도 저렴한 매트리스로 허리부분이 누르는대로 꺾인다. 게다가 베게는 커녕 변변한 덮을거리 한장도 없었다. 방에는 문이 앞뒤로 있고 복도도 서로 통하는 구조이다. 화장실은 2군데인데 관리상태가 완전 엉망이다. 에이.. 그래도 싸니까 참는다.
<TV 앞으로 보이는 마더(Mother)라는 이름의 에너지 드링크>
YHA를 떠나기 전, 휴게실 앞 자판기의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기에 아무거나 눌러봤더니 나왔다. 나처럼 꺼벙한 사람이 또 있나보다. 탄산음료인데 고 카페인으로 임산부나 노약자의 경우 하루 1병 이상은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었다. 박카스와 비슷한 카페인의 맛이 느껴지는데 우습게 봤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잠을 못이뤘다. 졸린데 잠이 안와. 공부할 때 먹으면 좀비 되겠는걸?
오후에 같은 숙소에 머무는 한국인 4명을 만났다. 이미 공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나처럼 이력서 내고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같이 공장다니면 주야로 심심하지는 않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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