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 워킹홀리데이/8. 브리즈번(Brisbane)

[10년 9월 17일, 금] 공장공장 공장장 공장 첫 근무

by 이거는 2012. 6. 11.

  어제 인덕션을 같이 본 이안(Ian) 형과 입구에서 만나 첫 근무를 하기 위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미팅 룸에 앉아있었다. 곧이어 트레이너인 샤론(Sharon)이 우리를 이끌고 부서에 대해 소개시켜주었다.

  파트 이름은 영화에 나오는 CSI가 아닌 DSI였다. 무슨 단어의 약자인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닭 가슴살을 주로하고 허벅지살 가공도 한단다. 퀸즐랜드 전체와 시드니가 있는 NSW 일부를 담당한다고 했다. KFC에 납품되는 텐더 스트립스(Tender strips), 치킨버거(OR - Original recipe)와 징거버거(Zinger)의 패티, 가슴살 골드 트레이(Gold tray), 팝콘치킨 또는 바이트(Bite)로 불리는 한입 치킨을 만드는 부서였다.

  농장에서 지난 9개월 동안을 보낸 나는 벌레걱정 없고, 햇빛 아래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여름에도 시원하고(최소 14도 이하), 분위기도 좋은데다가 완전 꽃밭이어서 너무 행복했다. 먼저 온 선배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미남미녀에 심지어는 아줌마들도 이쁘게 느껴졌다.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특히 남자한테는) 남자들이 하는 실수에는 무척이나 관대했다.

  업무환경도 좋았다. 단 1분이라도 늦게 끝나면 난리나는데 다들 끝날 때쯤 시계만 보고 있다가 시간되면 하던 일 그대로 내려놓고 쉬러 나갔다. 한국에서는 나이와 유교문화가 있어서 그런건 절대로 불가능한데.

  슈퍼바이저(노랑 헤어넷) 1명 아래 최소 College를 졸업한 두 명의 리딩핸드(Leading hand, 노랑 헤어넷)라는 팀내 총괄자가 있고 그 아래 트레이너(Trainer, 녹색 헤어넷) 1명, QA(Quality Assurance) 1명, 백업인원은 3명 정도였다. 총 5개의 팀으로 나뉘며 각 팀은 5명으로, 닭가슴살을 모양대로 잘라주는 큰 기계(Mother)에 2팀, 작은기계(Baby) 1팀, 양념(마리네이드 - Marinade) 1팀, 믹서 1명, 남자들로 구성된 필드(Field-돌아다니며 고기를 트레이에 담는 등의 일을 함) 1팀 해서 총 33명 정도의 인원 구성이었다.

  오지 남자 2명 나머지는 영주권 가진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아줌마들 20여명(90년생 전후 미혼 영주권자도 포함). 그리고 각국(대만, 홍콩, 한국)의 젊은 사람들 10여명.(일본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일하는거야?)

  거기다가 깜짝 놀란게 리딩핸드가 미드 프린지(Fringe)의 올리비아(안나 토브, Anna Torv) 닮았다. 난 프린지 왕팬인데.

  근무 시간은 아침 6시부터 

  1교시 1시간 24분, 아침먹는 시간 25분,

  2교시 1시간 23분, 쉬는시간 10분,

  3교시 1시간 23분, 점심시간 30분,

  4교시 1시간 23분, 티타임 20분,

  5교시 1시간 23분. 그래서 2시 21분에 오전반 종료.

  이렇게 일해서 하루 7.6시간, 주 5일 38시간씩 일했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416분이니까 쉬는시간의 거의 반에 해당하는 40분을 페이에 넣어주는 셈.

  일하는 중에도 매 15분마다 체인지 오버(Change over)라고 팀내 하던 일을 First에서 Fifth까지 순서를 매겨 돌아가면서 했는데 신체 특정부위 근육의 반복사용과 지루함을 없애 업무의 효율화를 노린다는 명목이었다.

  또한 각 정각과 매 30분마다 2분간 기계를 멈추고 다같이 스트레칭을 하는 점도 특이했다. 마주보고 일하면서 얘기할 기회가 많다는 점도 우리 부서의 장점이었다.

  처음에는 업무 적응하랴, 체인지 오버, 스트레칭, 게다가 아줌마들이 묻는 말에 대답하기도 바빴고 매일 시간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게다가 일 시작 3개월 후부터 앞서 한국인 선배가 만들어놓은 배경 덕분에 믹서(Mixer)라는 포지션을 오지(Aussie) 남자 2명과 돌아가면서 일했다. 여러 가지 맛과 성분의 20킬로짜리 양념포대들을 비율에 맞추어 섞어 시즈닝을 만들고, 200kg 정도 하는 고기 터브(Tub)를 두 개 씩 믹서에 넣고 버무리는 일이었다. 선배도 이 일을 하면서 8킬로가 빠졌다고 할 정도로 힘들긴 했지만 뭐 돈버는데 힘 안드는게 어딨겠어, 그리고 내 손에서 퀸즐랜드 전역의 KFC에 납품하는 식품을 만든다니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나도 그렇고 아줌마들도 그렇고 일반 치킨패티(OR)는 괜찮았지만 텐더 스트립스(Tender strips)와 징거(Zinger) 다들 싫어했다. 패킹(Packing)할 때 양념이 매콤하고 피부에 닿으면 붉게 달아오르는데다, 옷도 양념으로 엉망으로 되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징거는 넣어야 되는 양념 무게가 많아서 싫었다. 밖에서 먹으면 맛있긴 하지만 내가 하려니 싫었다. 파인애플 주스를 비롯해 양념이 가장 다양하게 들어가는 것은 스파이시 아시안(Spicy Asian)이라고 허벅지살에 하는 양념이었지만 오전반은 별로 담당하지 않아서 좋았다.

 

 

 

[잉햄(Inghams) 관련글]

01. 잉햄 처음 지원한 날 : [10년 7월 3일, 토] 하버타운(Harbour town) 쇼핑

02. 인터뷰 전화 : [10년 9월 2일, 목] 잉햄서 전화오다

03. 이력서 제출 후 받는 메일 : [10년 9월 3일, 금] 잉햄서 받은 메일

04. 인터뷰와 메디컬 테스트 : [10년 9월 6일, 월] 공장 첫 인터뷰

05. 파이널 인터뷰 : [10년 9월 15일, 수] 어떻게 12시까지 가?

06. 공장 인덕션 : [10년 9월 16일, 목] 잉햄 근무 중 가장 힘들었던 날

07. 잉햄의 근무 : [10년 9월 17일, 금] 공장공장 공장장 공장 첫 근무

08. 시티내 공장에서 일하기 전 있으면 좋은 것 : [10년 9월 17일, 금] 사람들이 나에게 부러워 하던 것 - 세컨 비자

09. 잉햄의 주급 : [10년 9월 17일, 금] 잉햄(Inghams)의 시급과 페이

10. 잉햄의 포지션(파트) : [10년 9월 17일, 금] 잉햄(Inghams)의 부서별 분류와 하는 일

11. 룸메이트를 잘 만나면 : [10년 9월 22일, 수] 투잡을 권유받다

12. 기회가 된다면 투잡을 : [10년 10월 8일, 금] 투잡과 1000불 주급의 시작

13. 잉햄의 추가근무와 수당 : [11년 1월 8일, 토] 첫 주말 오버타임(Overtime work)

14. 공장에서 일할 때 염두할 점 : [11년 3월 1일, 화] 솔직해서 좋은 그들

15. 왜 농장보다 공장인가? : [11년 3월 4일, 금] 공장의 좋은 점

16. 6개월간 매일 같은 일을 하면 : [11년 3월 15일, 화] 투잡 종료와 길면서도 짧았던 6개월

17. 잉햄 재취업? : [11년 3월 18일, 금] 여행계획을 세우다

18. 최소한 오는 전화는 다 받을 수 있어야 : [11년 6월 30일, 목] 옵터스(Optus) VS 텔스트라(Telstra)

19. 공장 일 하기 전 마음가짐 : [11년 7월] 많이 들었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