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 워킹홀리데이/8. 브리즈번(Brisbane)

[11년 3월 4일, 금] 공장의 좋은 점

by 이거는 2012. 6. 18.

  공장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이 몇 가지 있다.

01. 우선, 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여름에도 시원하다. 너무 추우면 작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내 온도는 최대 14도정도. 이 온도가 넘어가면 냉방을 위해 실내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일을 잠시 쉰다.

02. 벌레 걱정이 없다. 특히나 나무가 아닌 밭 작물의 경우 파리가 엄청 많다. 일할 때 등처럼 비교적 적게 움직이는 부위에는 30마리쯤 앉는다. 손으로 후려치면 너댓마리는 그냥 잡힌다. 하품이나 웃을 때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미처 입을 다물기는 커녕 맛을 느껴볼 새도 없다는 얘기)

03. 정해진 스케줄과 할당량 대로 일하면 된다.

04. 비온다고 쉬지 않는다. 무룹나와 브라이트는 물론, 문두버라와 갠다에서 일 했을 때 한 주 4일을 일하면 괜찮게 일하는 편이라는 생각을 했다.(비가 오면 사다리를 타던 중 미끄럼으로 넘어져 골절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농장의 방침상 쉬곤 했다.)

05. 규칙적으로 일하고 규칙적으로 주급이 나온다. 고로, 쉬는 날도 규칙적이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농장일을 하던 호주 초반 9개월간 내가 번 돈은 겨우 세전 16000불.

  소위 '대박'급의 농장에서 밤을 줍을 때는 하루 420불을 벌기도 했고, 사과 피킹때는 주 6일 일하고 1142불, 머로콧 피킹 땐 일을 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하루 150불을 벌었다.

  이후에 어디가서 얘기는 하지. 농장일 하면서 주 천불 넘게 벌어봤다고. 다만 듣는 사람들은 거기까지만 듣고 그것이 농장일 하는동안 매 주 천불씩을 벌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바꿔말해서, 9개월간 16000불을 번 것이 적다고 생각되는가?

  호주생활 초반 록햄턴에서 대기(웨이팅, Waiting)하느라 일하지 못한 한 달을 제외한다 쳐도(물론 그 중에도 지역이동, 비내린 날, 한 주에 2~3일 일한 날, 재수 좋으면 일주일 내내 일한 날도 있긴 했지만) 8달 = 32주로 따지면 주당 500불을 받고 일한 것이다. 이게 농장의 현실이다.

  순수하게 일한 날로 치자면 적게 일하고 공장보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 기간으로 보자면 매일 평균적으로 번 돈은 공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주 5일씩 꾸준히 공장에서 6개월만 일하면 세전 20000불 정도를 번다.

  농장은 '농신에 근접한 개인 숙련도 + 전년도의 경험 + 작황상태 + 피크시즌 + 농장주의 방침과 급료 + 로(Row)빨...이라고 부르는 운 + 날씨 + a' 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바짝 벌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봤을 때 공장이 일반적으로 검증된 돈 모으는(돈 버는 x, 돈 모으는 o) 루트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농장일 하던 사람 공장에 안가고 공장일 하던사람 농장에 안간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이 그 말에 맞는 공장 이상의 평균 수입을 내는 사람은 상위 3%의 신이라 불리우는 피커들이다. 게다가 그들도 치고빠지는 피크시즌의 감과 로빨, 날씨, 작황상태 등의 실력으로 커버가 안되는 운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확률로 따지자면 매우 낮은 확률이 된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농신은 어떤 작물이건 평균이상으로 잘 한다. 아마도 생체 시간이 남들과는 다르게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농신이라 불리는 피커들을 보면 일할 때 분위기가 마치 나와는 다른 시간대를 공유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흔히 초인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농신의 피킹 퍼포먼스를 보면 넋을 놓고 한참동안 지켜보며 감탄사만 연발하는 정도다.

  사과는 10빈 이상, 배 9빈 이상, 토마토 6빈 이상, 임페리얼 4빈 이상, 머로콧 7빈 이상을 '한 주에 이틀 이상' 하고 나머지 날도 비슷한 결과를 낸다면 농신(내가 직접 겪어본 기준으로 농장과 환경을 떠나서 이 정도는 해야된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난 이 기준에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일 못할 날을 감안해서 공장을 타는 것이 낫다.

  피 말리는 시즌 웨이팅(Waiting)과 다른 워커들과의 일하기 위한 컨택(Contact) 경쟁도 필요없다. 게다가 시즌 종료와 그에 따른 지역이동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지역이동을 우습게 볼 것이 아닌게 일단 지역이동을 하면 1000불은 우습게 깨진다. 교통비 400불, 방값과 식비 150불, 디파짓 300불, 여기에 기타 잡비는 대기하는 공백시간이 길수록 더 쓴다. 괜히 건축공사에서 '공사기간 단축'이 중요한게 아니다. 돈 나가는게 무시무시 하거든.

  6개월의 공장일을 마치면 '정말 바짝 모은 사람'은 15000불 정도를 모을테지만, 일반적으로 '적당히' 아껴가며 돈 모으는 사람들(특히 여자)은 10000-13000불 정도를 모은다.

  독한 경우로 갠다(Gayndah)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 하나는 시드니에서 시급 9불짜리 한인식당 키친핸드(Kitchen hands)를 하면서 8개월에 10000불을 모아왔다. 게다가 차까지 샀다. 내게 늘 하던 말로 맘 먹었으면 못할게 뭐 있냐며 시티잡을 하더라도 한 달에 1000불은 저금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하던 친구였다. 먹고 자는 것은 식당에서 해결하고 여행이나 기타 활동으로 인한 비용지출 안하고 살면 가능하단다. 물론 술, 담배를 한다면 당연히 안되지. 호주의 담배값은 상상초월이니까.(5배쯤 비싸다)

  농장일을 하던 때 내 잔고는 항상 1000불을 웃돌았다. 다행히 전년도 수입이 10003불에 세금이 2305불이라 100% 환급받아 공장에 올 때의 잔고는 2000불 정도. 끝 모를 웨이팅과 부족한 잔고의 시달림에 질려 브리즈번으로 오게 되면서 주어진 기회로 투잡을 했지만 6개월간 매 주 여행이나 각종 액티비티를 즐겼고 잠시나마 내가 호주사람이라고 착각까지 한 도시 생활을 하며 확인한 잔고는 15000불을 넘었다. 시간대비 수입으로 따졌을 때 농장보다 적어보이지만 실상은 더 크다는 말.

06. 농장보다 호주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다. 왜냐면 팀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제가 아닌 시급제이므로 개인적인 경쟁이 필요없다. 죽자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바보. 슈퍼바이저 앞에서만 그런 퍼포먼스를 보이면 된다.

07. 유니폼이 나오므로 복장과 장비 걱정을 안해도 된다.

08. 우리 공장의 경우 커피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다. 난 커피 8번, 설탕 4번에 뜨거운 물 조금 넣고 녹인 뒤 찬물로 채워 식사때 음료 대신으로 마시곤 했다. 와콜(Wacol)지역에 있는 햄공장 한스(Hans)는 베이컨과 우유가 무제한이라던데.

09. 근무자에 한해 시중의 1/3 정도의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닭가슴살과 KFC에 납품되는 핫윙, 울월스(Woolworths)에 납품되는 양념된 닭을 주로 사먹었다.

 

  우리 부서는 2주나 3주에 한번씩 업무 전 미팅을 했다. 인덕션 때 교육받던 곳으로 가서 슈퍼바이져가 지난 번 방침과 결과를 얘기하고 추후 방침과 목표수치를 직원들에게 교육했다. 이때 나를 비롯한 워홀러들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는 주말 계획에 대해 생각한다.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달에 한 번 정도 간단한 페이퍼 테스트(Paper test)를 했는데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에 관한 내용이었다. 생산과 관리방법에 대한 메뉴얼이 있는데 메뉴얼을 읽고나서 따라나오는 퀴즈에 답안을 작성하면 되는 것이었다. 별것 아닌 팔레트 적층방법, 팔레트 잭 운용방법 등도 일일이 안전 메뉴얼이 있어 그 체계적인 교육에 적잖이 놀랬다. 이래서 사람들이 큰 회사에서 일해보라는 것이구나. 마치 군대로 따진다면 상품 생산에 관한 전세규(전시 세부시행 규칙, 후방에서는 임무수행철) 같은 것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트레이너가 말하길 차라리 한국사람들은 문제없이 잘 푸는데, 호주사람들은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이 테스트를 제일 싫어한단다. 역시! 우리의 시험용 영어교육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b

  미팅을 하거나 시험을 보는 것도 업무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연히 시급이 나온다.

  주는 일만 잘 하면 될 것 같은데 적당한 기간마다 리딩핸드와 트레이너가 슈퍼바이져한테 제출하는 성취도 평가가 있더라. 뭐 성취도가 낮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나에대한 점수가 몰래 매겨진다는 것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워홀로 생활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은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잉햄(Inghams) 관련글]

01. 잉햄 처음 지원한 날 : [10년 7월 3일, 토] 하버타운(Harbour town) 쇼핑

02. 인터뷰 전화 : [10년 9월 2일, 목] 잉햄서 전화오다

03. 이력서 제출 후 받는 메일 : [10년 9월 3일, 금] 잉햄서 받은 메일

04. 인터뷰와 메디컬 테스트 : [10년 9월 6일, 월] 공장 첫 인터뷰

05. 파이널 테스트 : [10년 9월 15일, 수] 어떻게 12시까지 가?

06. 공장 인덕션 : [10년 9월 16일, 목] 잉햄 근무 중 가장 힘들었던 날

07. 잉햄의 근무시간과 특징 : [10년 9월 17일, 금] 공장공장 공장장 공장 첫 근무

08. 시티내 공장에서 일하기 전 있으면 좋은 것 : [10년 9월 17일, 금] 사람들이 나에게 부러워 하던 것 - 세컨 비자

09. 잉햄의 주급 : [10년 9월 17일, 금] 잉햄(Inghams)의 시급과 페이

10. 잉햄의 포지션(파트) : [10년 9월 17일, 금] 잉햄(Inghams)의 부서별 분류와 하는 일

11. 룸메이트를 잘 만나면 : [10년 9월 22일, 수] 투잡을 권유받다

12. 기회가 된다면 투잡을 : [10년 10월 8일, 금] 투잡과 1000불 주급의 시작

13. 잉햄의 추가근무와 수당 : [11년 1월 8일, 토] 첫 주말 오버타임(Overtime work)

14. 공장에서 일할 때 염두할 점 : [11년 3월 1일, 화] 솔직해서 좋은 그들

15. 왜 농장보다 공장인가? : [11년 3월 4일, 금] 공장의 좋은 점

16. 6개월간 매일 같은 일을 하면 : [11년 3월 15일, 화] 투잡 종료와 길면서도 짧았던 6개월

17. 잉햄 재취업? : [11년 3월 18일, 금] 여행계획을 세우다

18. 최소한 오는 전화는 다 받을 수 있어야 : [11년 6월 30일, 목] 옵터스(Optus) VS 텔스트라(Telstra)

19. 공장 일 하기 전 마음가짐 : [11년 7월] 많이 들었던 질문

 

[빌로엘라 티스(Biloela Teys Bros.) 관련글]

01. 빌로엘라 처음 지원한 날 : [10년 7월 1일, 목] 빌로엘라(Biloela Teys Bros.) 고기공장 지원

02. 고기공장에서 일하려면 맞아야 하는 주사 : [11년 4월 3일, 월] 큐피버 접종(Q-Fever)

03. 잡 에이전시 AWX : [11년 4월 11일, 월] AWX 등록

04. 웨이팅 중에도 일을 할 수 있다? : [11년 4월 14일, 목] 박스공장

05. 일 소개는 이렇게 해준다 : [11년 4월 21일, 목] 빌로엘라 티스(Biloela Teys Bros.) 발령

06. 빌로엘라(Biloela)의 숙소와 생활 : [11년 4월 23일, 토] 갠다를 거쳐 빌로엘라로

07. 공장 인덕션은 이렇게 한다 : [11년 4월 25일, 월] 소공장 인덕션

08. 나이프 핸드의 어려운 점 : [11년 4월 27일, 수] 나이프 핸드(Knife hands)의 푸념

09. 공장에서 1년간 일하면 버는 돈 : [11년 6월 27일, 월] 세금환급 신청

10. 휴대폰 통신사 고민해보고 결정하자 : [11년 6월 30일, 목] 옵터스(Optus) VS 텔스트라(Telstra)

11. 공장 일 하기 전 마음가짐 : [11년 7월] 많이 들었던 질문

12. 왜 농장보다 공장인가? : [11년 3월 4일, 금] 공장의 좋은 점

13. 공돌이의 하루 : [11년 8월] 고기공장에서의 일과

14. 소고기공장 주급은 얼마? : [11년 9월] 빌로엘라 티스(Biloela Teys Bros.)의 시급과 페이

 

[호주 생활에 앞서 도움되는 글]

01. 070 전화가 안되면 : [09년 12월 27일, 일] SpeedTouch - 070전화기 문제해결

02. 쉐어하우스 나갈 때 주의할 점 : [10년 1월 1일, 금] 쉐어 나갈 때 본드(보증금) 주의할 점

03. 무선인터넷 환경 만들기 : [10년 1월 19일, 화] 옵터스 프리페이드 인터넷 모뎀을 구매하다

04. 통신회사 고르기 : [11년 6월 30일, 목] 옵터스(Optus) VS 텔스트라(Telstra)

05. 세금환급 : [10년 7월 5일, 월] 호주에서 e-tax로 세금환급하기

06. 베드버그(Bed bug) : [10년 3월 10일, 수] 좀비보다 끔찍한 베드버그

07. 샌드플라이(Sand fly) : [11년 9월] 빌로엘라 낚시 라이프 - 베드버그만큼 끔찍한 샌드플라이(Sand fly)

08. 중고차 구매와 관리 : [10년 5월 12일, 수] 차량을 알아보다

09. 호주 농장에서 일하기(농장생활) : [10년 1월 25일, 월] 9개월 농장생활의 시작

10. 호주 소고기 공장에서 일하기 : [10년 7월 1일, 목] 빌로엘라(Biloela Teys Bros.) 고기공장 지원

11. 호주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기 : [10년 7월 3일, 토] 하버타운(Harbour town) 쇼핑

12. 세컨비자 : [10년 9월 17일, 금] 사람들이 나에게 부러워 하던 것 - 세컨 비자

13. 호주의 파티(Party)문화 : [10년 12월 24일, 금] 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14. 액티비티 - 스카이 다이빙 : [11년 1월 30일, 일] 스카이 다이빙(Sky diving), 바이런 베이(Byron bay)

15. 서양인들과 함께 일하려면 : [11년 3월 1일, 화] 솔직해서 좋은 그들

16. 농장보다 공장이 좋은 점 : [11년 3월 4일, 금] 공장의 좋은 점

17. 호주의 복권(로또) : [11년 10월] 호주의 복권(로또)

18. 리얼 야생 - 캠핑 : [11년 10월 8일, 토] 안녕, 빌로엘라! 문두버라에서의 즐거운 캠핑

19. 호주의 건강식품 : [11년 10월 10일, 월] 호주의 건강 보조 식품과 비타민

20. 스페어 타이어와 차량정비도구는 필수 : [11년 10월 12일, 수] 친절하고 가족같은 호주 사람들

21. 뭐 먹고 살지? - 자취생 메뉴 : [11년 10월 13일, 목] 오늘은 뭐 먹지? - 호주 자취생 요리메뉴

22. 식료품을 싸게 구매하려면 : [11년 10월 13일, 목] 호주 마트들의 네임벨류와 홈브랜드(Home brand) 상품

23. 군것질거리 - 먹을만한 것 : [11년 10월 13일, 목] 호주에서 즐겨먹던 주전부리

24. 호주달러 환전과 국제송금 : [11년 10월 17일, 월] 호주달러 환전과 국제송금

25.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1/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생활)

26.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2/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문화)

27.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3/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자연)

28. 연금환급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