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로엘라, 구름 조금
마침내 빌로엘라에서의 근무도 끝났다. 이로써 호주에서 더 이상은 돈벌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내가 하던 일은 록햄턴 스위프트와 티스에서 1년 동안 일했던 형 한명과, 군 면제라는 신의 혜택을 받고 호주에 온 제주도 출신 21살짜리 동생이 하게되었다.
두 사람이 오고부터는 일이 정말 편했는데 둘 다 스포츠를 좋아했고 업무에도 역시나 적극적이었다. 이런 동료와 같이 일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일에 차질이 없도록 2주 전 금요일, AWX에 오늘 그만두겠다고 노티스(Notice)를 넣어두었다.
사실 6개월을 채우려면 이번 달 26일까지 일해도 된다. 게다가 지난번 소고기 가격협상 때문에 가진 데이오프를 감안한다면 11월까지는 일해도 되지만 두 달 정도는 필리핀에서 회화공부를 하고 싶었다. 호주에서 2년 가까이 살긴 했지만 이건 의사소통이나 하는 정도지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시험과 업무관련 영어가 아니었다. 2년간 학교다니며 공부했어도 모자란 판에 돈을 벌었으니 걱정이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은 영어 되게 잘하는 줄로만 알고있는데 스스로 부끄러웠다.
지난 화요일, 록햄턴 스위프트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록햄턴과는 인연이 없는지 고향같은 곳이지만 정작 일도 못해보고 떠나는 군. 잉햄 때도 그렇고 매번 왜 이러지.
2주 전 록햄턴에 올라가 여기서 일하던 억이와 갠다 때부터 친했던 현이를 만났다. 억이는 스위프트, 현이는 티스에서 일하는데 모처럼 자기네 동네 놀러왔다고 둘에게서 푸짐하게 얻어먹고 왔다. 예푼(Yepoon)에서 밤샘낚시 후 건강히 잘 지내라고 말하곤 헤어졌다.
내가 호주는 두 달 먼저 떠나지만 한국에는 우리 셋 모두 비슷한 시기에 들어가겠군.
마음같아서는 차량을 얼른 팔고싶었지만 브리즈번까지 내려가는 길에 문두버라에 들러 낚시를 하고 하루나 이틀정도 캠핑을 하고 싶었다.
RWC는 이미 지난 주에 받아두었다. 빌로엘라 처음왔을 때 이미 정비해두어서 이번에는 기본 금액만 냈다. RWC의 유효기간은 개인 용도의 판매로는 한 달, 또는 2000km 이내 주행이 인정되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일은 지난 주 9월 30일, 금요일에 마치려다가 한 주 돈을 벌면 600불 정도 저금이 가능한데 차라리 일을 한 주 더 하고 차량을 조금 저렴하게 판매하기로 했다. 레지도 내년 2월로 충분하고 차 상태도 나쁘지 않으니 2100불에 올려서 1800불 정도에 팔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저녁 때는 술판이 벌어졌다. 우리가 머무는 커머셜호텔의 구성원이 최근에 싹 바뀌었는데 기존 친구들이 각자의 이유로 떠나간 자리를 새로 온 사람들이 맡았다. 인원은 비교적 최근에 바뀌었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과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농장같았으면 사람들간에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눈치와 경쟁의 분위기가 나겠지만, 이곳은 농장과 같이 능력제가 아닌 시급제기 때문에 주어진 일만 하면 된다. 때문에 분위기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경쟁할 이유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두 토요일 하루를 더 묵고 일요일에 떠나라 했지만 내가 워낙에 고집이 세야지. 빌로엘라는 이제 질렸다고 기어코 떠나고 말겠다고 했다.
내 비행기 티켓은 말레이시아 항공으로 19일 수요일 저녁 홍콩행이었다. 그 전까지 차를 팔아야 할텐데 약간 걱정이 되었다. 차가 이럴 때는 애물단지라니까. 기다리는 동안 못가본 에어즈락을 다녀올까 아니면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과정을 체험해볼까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 9. 빌로엘라(Biloela)'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년 10월 12일, 수] 친절하고 가족같은 호주 사람들 (0) | 2012.07.21 |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0) | 2012.07.19 |
[11년 10월 10일, 월] 호주의 건강 보조 식품과 비타민 (0) | 2012.07.19 |
[11년 10월 9일, 일] 알람보다 강력한 새 소리 (0) | 2012.07.19 |
[11년 10월 8일, 토] 안녕, 빌로엘라! 문두버라에서의 즐거운 캠핑 (0) | 2012.07.19 |
[11년 10월] 호주의 복권(로또) (11) | 2012.07.13 |
[11년 9월] 빌로엘라 낚시 라이프 - 베드버그만큼 끔찍한 샌드플라이(Sand fly) (0) | 2012.07.13 |
[11년 9월] 빌로엘라 티스(Biloela Teys Bros.)의 시급과 페이 (0) | 2012.07.13 |
[11년 8월] 고기공장에서의 일과 (13) | 2012.07.13 |
[11년 7월] 많이 들었던 질문 (1) | 2012.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