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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9. 빌로엘라(Biloela)

[11년 10월 8일, 토] 안녕, 빌로엘라! 문두버라에서의 즐거운 캠핑

by 이거는 2012. 7. 19.

  빌로엘라 - 문두버라 비온 후 갬

  어제 일 마치고 와서 너무 늦게까지 마신탓인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핑핑 돌고 정신이 없더라. 간단히 아침겸 점심을 먹고 내 차로 브리즈번까지 같이 내려갈 형과 짐을 싣기 시작했다.

  새벽녘까지 술마시느라 제정신은 아닐테지만 모두들 나와서 따뜻하게 배웅해줬다. 마음은 역시나 부러움 반, 아쉬움 반일테지.

  타운 주변에 있는 숙소와 개인 쉐어로 나와서 사는 사람들한테도 인사를 마치고 울월쓰에 들렀다. 문두버라에는 IGA밖에 없기 때문에 오늘 저녁 구워먹을 돼지고기, 맥주와 얼음, 과자, 음료 등을 샀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모든 준비가 끝나니 오후 1시. 마침내 신나는 마음으로 빌로엘라를 나섰다. 그동안 길러줘서 고맙다. 빌로엘라.

  문두버라에 도착해 레드팜(Red farm)부터 찾았다. 요새 연금환급에 대해 알아보는데 레드팜이 연금을 넣지 않았다.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끝까지 속을 썩이네.

  찾아간 카라밴이 휑했다. 물론 시즌이 한참 지난 이유도 있겠지만 예전의 그 북적대던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처럼 친숙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오랜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드넓은 농지에 덩그러니 있는 카라밴 파크는 평화로웠다.

  예전에 몽고를 여행해본 선배한테 듣기로는 넓은 자연 속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생활해보면 어느 날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평생 살아오면서 상상도 못해봤던 차분함과 말로는 표현 안되는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 선배가 뭘 말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호주에서 해봤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이곳에서 일할 때 잠자기 전 한국에 통화할 때나 씻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 은하수와 별똥별이 쏟아질 것처럼 보였다. 그 멋진 밤하늘과 풀벌레 소리, 풀과 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그 분위기는 시인이 아니면 표현할 수가 없다. 훗날 자녀가 생기면 보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오늘 저녁을 여기서 묵으며 느긋하게 즐기고 싶긴 했지만 이번엔 일행이 있었다. 게다가 캠프파이어는 밤 낚시와 함께 해야지.

  레드팜과 스캇(Scott)의 행방을 물어보기 위해 골든마일 오차드 오피스에도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결국 아무런 수확없이 떠나야 했다.

  예전에 해리 형이 알려 준 낚시 포인트를 찾으러 나섰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조금 헤맸다. 겨우 1년 3개월 지났는데 잊어버리다니. 내 내비게이션은 가민(Garmin) 제품으로 텔스트라(Telstra)신호를 쓰는데도 이곳 문두버라와 갠다의 농장지역에서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다. 비포장 도로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를 서너번, 결국엔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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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에 보트사이트(Boat site)라고 지나치기 쉬운 조그마한 이정표가 있다>

  가는 길에 장작으로 쓸 마르고 두꺼운 나무들을 차에 가득 챙겼다. 정오 쯤에 비가 내려서 마른 것을 많이 찾기는 어려웠다. 더 챙기고는 싶지만 차에는 벌써 우리들 짐이 가득한지라 적당히 넣었다.

 

  

  뒤늦은 점심으로 빌로엘라에서 사온 서브웨이(Subway) 샌드위치를 먹고 자리를 세팅하고 앉았다. 어두워지기 전에 불 피울 장소와 준비를 마쳤다. 돼지고기는 알루미늄 호일로 여러겹 둘둘 말아뒀다. 직화에 구우면 타기 때문에 모래 위에 굴려가며 연기로 구우려면 여러번 말아둬야 했다. 고구마도 준비했다. 세팅 완료.

 

  솔직히 말하면 해지기 전까지는 이곳의 물고기들이 야행성인지 입질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해가 지고부터는 엄청난 입질을 보이더라. 바다낚시 때도 이런건 경험해보지 못했다.


<대형 마트에서 캠핑용구를 파는 곳을 보면 '서양식 번개탄'(사진 제일 아래쪽)을 판다. 향이 없어서 불붙이기 좋다.>


 

  우리가 피운 모닥불 말고는 불빛이 없는지라 낚시대에 방울을 매달아 두었는데 맥주마시며 이야기하고 있다가 너무 놀랐다. 입질이고 자시고 줄이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풀려나가더라. 뭔 고질라가 물었는지 당기는 힘도 엄청 셌다. 고기들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어두워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장어 같은 놈도 있었고 잉어같은 놈도 있었다. 뜰채가 없는게 아쉽더라.

  내 낚시 줄은 15킬로까지 견디지만 파이팅 다 하고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세 번이나 끊어먹었다. 평소에 해리형과 하던 이야기로는 15킬로는 과하다고 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낚시대가 부러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다행이 일행의 도움으로 한 마리 끌어올릴 수 있었다.

  - 너 임마, 뭘 먹어서 이렇게 무거워?

  -> 영어로 얘기해야지, 걔가 알아듣겠냐?

  캣피쉬(Catfish, 메기)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캣피쉬는 안먹는다고 했다. 해리 형 말로는 일테일 캣피쉬(Eel-tailed catfish, 장어꼬리 메기)는 먹는다던데 직접 잡아서 매운탕과 찜으로 먹어보니 맛있다고 했다.

  캣피쉬는 여러 번 잡아봤지만 이번 것은 엄청 크고 무거웠다. 물고기를 사람 허벅지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되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낚시 때 지금은 록햄턴 티스에서 일하고 있는 현이가 이곳 버넷 강만의 특산 어류인 렁피시(Lungfish, http://www.nativefish.asn.au/lungfish.html)를 잡았는데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아나콘다 몸통에 어린이 키만큼 컸다. 그때도 역시 밤낚시였다. 호주의 보호 어류라 놓아주긴 했지만 잡아놓고 외계인이라고 말해도 믿을 크기와 생김새였다.

  퀸즐랜드 민물고기 종류는 여기(http://www.daff.qld.gov.au/28_17103.htm)서 참고.

 

 

  낚시하면서 모래와 나무 재 위에 굴려두었던 돼지고기를 꺼내 잘라먹었다. 엄청 맛있었다. 그냥 먹어도 담백하고 맛있지만 스모키 비비큐(Smoky BBQ) 소스에 찍어먹으니 더 맛있었다.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 아래 맥주와 돼지고기 장작구이, 글자만으로도 맛있는 조합아닌가.

  어제 마신 술로 잠을 좀 설쳤으므로 일찌감치 잠들었다. 어차피 낚시말고는 그 어둠속에서 할게 없는걸.

 

[문두버라 - 갠다 낚시포인트]

01. 갠다 낚시하기 좋은 곳 1 : [10년 7월 30일, 금] 문두버라 - 갠다 낚시라이프

02. 갠다 낚시하기 좋은 곳 2 : [10년 8월 7일, 토] 갠다 낚시라이프 2

03. 문두버라 낚시하기 좋은 곳 : [11년 10월 8일, 토] 안녕, 빌로엘라! 문두버라에서의 즐거운 캠핑

 

[호주 생활에 앞서 도움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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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쉐어하우스 나갈 때 주의할 점 : [10년 1월 1일, 금] 쉐어 나갈 때 본드(보증금) 주의할 점

03. 무선인터넷 환경 만들기 : [10년 1월 19일, 화] 옵터스 프리페이드 인터넷 모뎀을 구매하다

04. 통신회사 고르기 : [11년 6월 30일, 목] 옵터스(Optus) VS 텔스트라(Telstra)

05. 세금환급 : [10년 7월 5일, 월] 호주에서 e-tax로 세금환급하기

06. 베드버그(Bed bug) : [10년 3월 10일, 수] 좀비보다 끔찍한 베드버그

07. 샌드플라이(Sand fly) : [11년 9월] 빌로엘라 낚시 라이프 - 베드버그만큼 끔찍한 샌드플라이(Sand fly)

08. 중고차 구매와 관리 : [10년 5월 12일, 수] 차량을 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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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주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기 : [10년 7월 3일, 토] 하버타운(Harbour town)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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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연금환급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