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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9. 빌로엘라(Biloela)

[11년 4월 23일, 토] 갠다를 거쳐 빌로엘라로

by 이거는 2012. 6. 25.

  브리즈번 - 갠다 - 빌로엘라, 맑음

  갠다(Gayndah)의 웨인(Wayne)네 집에 들러볼 계획으로 오전 10시쯤 브리즈번을 출발했다. 이미 금요일에 쌀과 김치, 라면을 비롯한 한국음식들과 식료품을 구비해 두었다. 다행이 울월쓰와 KFC 정도는 있는 마을이라기에 마음이 놓였다. 록햄턴과의 거리도 300킬로 정도로 일하는 동안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지원해볼 수 있을 듯 싶었다.

  떠나면서 많은 짐을 버렸는데도 조수석까지 짐이 한 가득 찼다.

  짐피인지 김피(Gympie)인지 항상 헷갈리는 곳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주에만 있는 메뉴인 마이티 앵거스(Mighty Angus) 밀(Meal)을 먹었다. 앵거스(Angus)는 한우나 와규처럼 소 종류인듯 싶다.

  호주 초반에 빅맥세트가 먹고 싶어 맥도날드에 간 나는 이곳에서는 세트가 아니라 밀(Meal)이라 부르는 사실에 주문하면서 식은땀을 흘린 기억이 있다.

  갠다에 도착해 웨인(Wayne)의 집으로 향했다. 한국과자와 음료수를 가져갔는데 무척이나 반가워 했다. 두어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작년보다 작황이 별로라고 했다. 지난 10월 한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줬다. 이번엔 서울과 경주를 한바퀴 돌고 왔다는데 한국의 역사와 문화재에 여러모로 관심이 많았다.

  호주에도 볼 것 많은데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 뭐 볼게 있다고 휴가를 보내고 오나 넌지시 물어봤다.

  뭐 많다는 것 같기는 한데 가까이 가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유혹이 없단다. 그리고 호주는 한국같은 오랜 역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흥미가 안난다고 했다.

  이번에 경주에서 신라시대 유물들을 보는데 감탄사를 연발하고 왔다고 얘기하면서 사왔다는 액자를 자랑했다. 한자로 '근하신년'이라고 써 있었다. 뭔 뜻인지 아냐고 물어보니 'Happy new year'라고 하더라. 집에다 이 얘길 해 드렸더니 '뭘 그런걸 돈주고 사온다니'라며 부모님도 쉐인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어쩌다가 이야기가 길어져 6.25 전쟁까지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내가 정정할 기회없이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심지어 정확한 날짜까지도. 어지간한 한국사람보다 낫다고 하니까 좋아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작년의 경험에 힘입어 올해는 개이팍(Gaypak)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도 만나봐야 했다.

  친구를 만나 간단히 저녁을 먹고 여세를 몰아 빌로엘라까지 올라갔다. 저녁 8시 반에 도착했는데 가는 길에 많은 날벌레들이 앞유리에 부딪혀서 엉망이었다.

  빌로엘라에는 두 개의 허름한 호텔과 세 개의 카라밴 파크가 있다. 그 중에 내가 머물 곳은 빌로엘라 커머셜 호텔(Biloela commercial hotel)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호주의 호텔(Hotel)은 호텔이 아니다. 세상에 내가 머물던 군부대, 그것도 훈련 때를 제외하고는 잘 쓰지않던 동원막사보다도 더 허름했다.

  물론 AWX에서는 일자리를 연결해주지만 숙소 문제까지 챙겨줄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은 AWX가 대여해서 한국인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멀기에 관리가 잘 안되서 머물고 있는 한국사람들끼리 간단한 룰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청소하고 각종 비품을 구매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다행이 체크인을 하는데 랩티스에서 날 가르쳐 준 프랭크 형을 비롯해 브리즈번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반가웠다.

  하지만 나는 초반 3개월간 조금 소극적으로 지냈다. 솔직히 사람이기에 정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록햄턴에 지원하고 머물고 싶어서 일부러 동생들에게도 존대를 했고 적당히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럼에도 잘 따라주고 챙겨주던 형들과 동생들이 참 고마웠다.

  우리 호텔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면 식당과 펍에서 술마시며 직원할인으로 싸게 산 큐브롤(Cube roll) - 꽃등심 - 을 먹곤 했다. 매 주 주말마다는 브라질과 베트남 아저씨들과 축구나 농구를 하기도 했고 저녁 때는 식당에 모여 삼삼오오 컴퓨터 게임을 함께하며 호주 속의 한인 기숙사 역할을 했다. 그 분위기가 무척이나 좋긴 했지만 일부러 정 안들이려 노력했다.

  한 달에 400기가짜리 무선 인터넷도 가능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쇼프로 등을 돌려보기도 했는데 난 호주에 간 목적상 한국관련된 프로그램은 안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공장생활 막바지에 그 노력을 뭉갠 프로그램이 MBC에서 했던 나는가수다. 마침 룸메 형이 보고있던 내용이 임재범이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르던 날 이었다. 어렵사리 영단어 암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마음속에 감동이 몰려오더라. 앞서 BMK, 김연우, 김범수 다 잘 참아왔는데 여기서 무너지다니.

  작은 시골마을이긴 하지만 남동쪽으로 15분 거리의 탕굴(Thangool)이라는 도시에 조그마한 국내선 전용 공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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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콴타스(Qantas)만 운행한다. 


[빌로엘라 티스(Biloela Teys Bros.)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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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빌로엘라(Biloela)의 숙소와 생활 : [11년 4월 23일, 토] 갠다를 거쳐 빌로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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