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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2. 메리검(Merrigum)

[10년 1월 26일, 화] 토마토 농장의 엄청난 파리떼

by 이거는 2010. 3. 11.

  메리검, 맑음

  어제 늦게 잔 여파로 피곤했지만 첫 출근의 긴장감으로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5시 20분에 농장으로 출발했다. 록햄턴 같았으면 이미 날이 밝았겠지만 여기는 완전히 어두웠다. 게다가 변변찮은 이불 한 장 지급되지 않는데 새벽에 엄청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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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6시 반쯤이 되어서야 시작했고 한 시간 먼저 온 이유는 내가 타고 온 차량이 두 번 이상 픽업을 하기 때문이었다. 잠자는 면에서 뭔가 많이 손해보는 느낌인데?
  이곳의 토마토 피킹은 개인 피킹이 아닌 팀 피킹이었고 한 팀에 8명으로 바켓보이 한 명, 피커가 일곱 명이었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바켓보이는 힘들어서 가능한 피해야 하고 동양인은 몸살나기가 쉬워 가능한 시키지 않는다고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 했다.
  장윤이라고 나보다는 두 살 어리지만 병주의 오른팔로 일하는 얘가 토마토 피킹에 대해 가르쳐줬다. 병주 의 역할은 같은 토마토 피커가 아니라 구인광고로 찾아오는 사람들 픽업과 관리, 나를 비롯 자신의 사람들이 속한 팀과 자신이 관리하는 팀들을 컨츄렉터 중 한 명인 무스타파라는 사람의 중간에서 명령을 하달받고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확실히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 흙먼지를 마시며 토마토를 따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 장윤이의 말처럼 내가 요령이 없는건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확실히 늦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팀 평균에 손해가 가지않도록 일했다.
  오전 11시 반쯤 8빈(8명 팀에서 8빈이므로 1명당 1빈꼴)을 조금 넘기고 일을 마쳤는데 아무리 생 초보인 내가 있다해도 너무나 예상 밖의 미흡한 결과였다. 겨우 5시간쯤 일하는데 힘들기는 또 어찌나 힘든지 어깨, 팔, 허리, 다리 모두가 아팠다. 이제 첫 날인데. 쪼그려 토마토를 따다가 일어서서 허리를 펴면 아악 시발~! 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병주가 어제 나를 픽업하면서 끈기가 있는 편인지 물어오길래 그러하다고 답했는데 이건 뭐 끈기를 떠나 수지타산이 도저히 맞지않는 장사였다. 게다가 파리는 뭐 이렇게 많은지. 다큐멘터리를 보면 구호물품이 필요한 동네, 검은피부를 가진 어린아이의 얼굴에 파리가 여러마리 붙어있는데 그냥 내비두는 이유가 쫓아내도 소용없는 이유에서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곳의 파리는 겁이 없는건지 호기심이 많은건지. 듣기로는 일하다가 파리먹는 일도 많단다. 눈, 코, 입, 귀 가리지 않고 마구 달려드는데 정말 하품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서너마리쯤 먹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쏟아지는 태양 아래 그늘이 되어줄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넓게 펼쳐진 토마토밭에 화장실 같은건 당연히 상상도 못하지.
  어제저녁 만나 오늘 아침 여기를 떠나간 일행의 방에 세 명이 새로 들어왔다. 두 명은 필리핀에서 만나 호주에 같이 들어와 400불짜리 자동차를 사서 경험차 토마토 피킹을 왔다고 했고 한 명은 다윈에서 오랫동안 고구마 피킹을 하다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