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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6. 문두버라(Mundubbera)

[10년 5월 12일, 수] 차량을 알아보다

by 이거는 2012. 6. 7.

  얼마만에 다시찾은 브리즈번이더냐. 지난 12월 처음 호주에 떨어졌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어제 오후 6시쯤 도착해 백팩은 지난번 머무른 센트럴 백팩이 아닌 트랜짓 센터 근처의 틴빌리(Tinbilly)로 정했다. 가능하면 썬브리즈번(Sunbrisbane.com)에서 단기쉐어를 구했으면 했지만 겨우 일주일 머물 단기쉐어 구하기가 쉽지않았다. 쉐어 마스터가 원하는 시기도 제각각, 위치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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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고민된 것이 차량 구매후 백패커에 있는 내 짐을 차까지 나르는 동안 세워둘 만한 공간이었다. 현재상태에서 호주의 무시무시한 벌금을 고려해볼 때 주차위반은 물론, 차량 견인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정신적인 충격과 시간낭비는 견뎌내기 힘들 것 같았다. 백패커의 특성상 주차공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생각해보니 역 근처, 특히나 트랜짓 센터라면 잠시 차를 댈만한 곳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하루 정도 세워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브리즈번에 아무 연고가 없는 나로서는 그런 정보는 당장에 구하기 어려웠다.

  차량 구매후 백팩에 있는 내 짐과 시티 내 한인마트에 들러 라면을 비롯한 식료품 장 보기를 할 동안 세워둘 만한 곳을 마치 미션 뒤 도주로를 계획하는 것처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트랜짓센터는 틴빌리 백패커에서 가깝기는 했지만 24시간 주차는 32불로 28불인 10인실 내 백팩 비용보다도 비쌌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때 가능한한 지출은 줄이는 것이 좋았다. 가진 돈이 4,000불이 안되다보니 차량 구매와 등록에 필요한 돈과 식료품 구매, 기름값, 향후를 대비한 비상금을 생각하면 당장에 먹는 밥값도 아껴야 했다. 새 차가 아닌 중고, 그것도 저렴하고 오래된 중고 차량이었기에 장거리 이동간 퍼질 경우도 생각해야 했는데 예전처럼 여럿이 아닌 혼자라는 생각을 하니 두려웠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씻고 구글맵으로 백팩 리스트를 뽑았다. 각 백패커 게시판에 판매를 위한 차량광고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오후에 돌아볼 생각이었다.

  여기 백팩은 지난 번 센트럴 백팩과는 달리 공용화장실이 아닌 방마다 화장실이 달려있었다. 백패커를 위한 숙소긴 하지만 장기 숙박이 아닌 한달 전 후의 단기 숙박할 곳을 찾지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는 듯 했다. 내 침실은 10인실이라 2층침대 5개가 있는데 어제 들어오면서 보기로 내 아래쪽을 쓰는 사람이 누군지 옷이며 짐이며 책이며 침대 위에 난장판으로 어지러져 있던 곳에 누가 자고 있었다. 짐들은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고.

  한창 정보검색과 고민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밑에 있는 애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기지개를 폈다. 어제 늦게까지 신나게 놀고 들어와 옷입은채로 아침까지 잠든 것 같았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면서 내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브래지어도 갈아입는 모습에 깜짝 놀랬다. 보려고 해서 본건 아닌데 내 침대는 딱 걔 눈높이에 있는걸. 아, 이게 형들이 얘기하던 유럽여자들 스타일이구나. 적응하긴 힘들지만 좋은 문화일세.

  스스로 무안한 생각에 노트북으로 시선을 다시 돌렸는데 얘가 내 노트북 패널을 뒤로 젖히면서 봤으면 어쩔건데 하는 시선을 보냈다. 내가 왜? 라고 하니까 어감상 좋으냐? 정도되는 말을 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말하길 왜? 너도 내꺼 보고싶어? 라고 하니까 픽 웃으면서 나보고 디게 웃긴단다.

  호주에서는 사람들이 차량구매시 새 차량이 아닌바에야 경매, 중고차 딜러, 사람간 거래의 방법이 있다. 경매는 시험운전을 해볼 수 없기 때문에 경매방식과 차량 성능에 대해 아는 사람과 함께 가서 확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고 사실상 2,000불 전후의 초저렴 모델은 주 취급대상이 아니므로 제외. 중고차 딜러는 판매장 이름걸고 파는만큼 사후처리에 대해서 안심이 되지만 내가 브리즈번에 퍼져있는 중고차 시장을 직접 발품팔아 다니기에는 무리니까 이것도 제외. 결국에는 사람간 거래를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카세일즈(carsales.com.au)와 검트리(gumtree.com.au) 그리고 정의의 썬브리즈번(sunbrisbane.com) 세 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카세일즈가 그 중 가장 검색이 탁월했는데 왜냐면 연식별, 형식별, 크기별, 지역별, 종류별, 등등 분할이 되어있어 내가 원하는 옵션을 체계적으로 검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4000cc짜리 포드 팔콘(Ford Falcon)을 타 보니 5명이 오일 쉐어를 하는데도 돈 나가는게 보이는데 혼자 탄다고 생각하면 1500cc 전후의 소형차가 가장 무난해 보였다. 헌데 농장을 타다보면 내 팀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혹시 모를 동행자나 일 잘하는 동료가 생길 때를 대비해 2000~3000cc정도의 중형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보인다 싶으면 가격이 비싸고, 싸면서 괜찮으면 뭔가 하자가 있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선택의 폭과 고민의 종류가 너무나 많았으니까. 누군가 '너 이거 사서 타'라고 모든 과정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더라. 그리고 한국에서는 차량정비를 해당 킬로수 될 때 마다 그냥 서비스 센터에 맡기면 되었지만 여기서는 간단한 문제나 소모품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어야 했다. 농장 한복판에 그런게 어딨어. 당장에 전화도 안터지는데. 차량 상태에 대해서는 하나도 볼 줄 몰랐으니 군대에서 차량정비병으로 제대한 친구들 생각이 간절했다.

  게다가 조금만 옵션을 더하면 좀더 좋고, 이게 좋으면 저게 아쉽고. 하지만 난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록 남겨진 자금이 줄어드는 것을 덩달아 체감하므로 얼른 차량 구매후 여기를 떠야 했다. 결국 1,500불에서 맥시멈 2,500불 사이의 차량을 알아봤다. 그리고 아까 알아본 시티내 백패커스를 토대로 게시판에 광고되어있을 차량정보를 알아보러 길을 나섰다.

  가방에 물만 한통 넣고 시내 이곳저곳 백패커스를 돌아다녔다. 다들 급하게 팔려고 하는지 가격은 마음에 들었는데 중요한 RWC(Road Worthy Certificate)가 없었다. 안되는 영어로 라디오, 전등, 브레이크, 에어컨 등등의 차량상태를 물은 후 몇몇은 트랜짓 센터에서 만나보기로 했다.

  아이고 피곤해. 물만 먹으며 시티 사방을 돌아다니니 온 몸이 나른했다. 돈이 있을 때 몸 관리상 안먹는 거랑 돈 걱정에 못먹는 것은 그 차이가 엄청났다. 예전엔 그저 그렇던 서브웨이 햄버거(내가 좋아했던 메뉴는 서브웨이 클럽과 씨푸드, 이탈리아 BMT)가 갑자기 눈에 아른거리는가 하면, 속 시원히 헝그리잭(Hungry jacks - 버거킹 호주버전)에 가서 배터지게 먹고 싶어진다던지 했다. 스스로가 호주에서 다른 외국인들 앞에서는 한국음식 먹지말자는 주의였기에 간단한 컵라면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이 살짝 깨질 뻔도 했다.

  저녁에 백패커로 돌아와 씻고 나오는데 내 아래 '사는' 애랑 남자친구인지(..는 아닌거 같다 왜냐면 같은 방이 아니니까.)랑 방으로 들어오며 문 앞에서 대판 싸우고 있었다. 얼핏 들은 즉슨 남자가 말하길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없으면 당장에 방에서 쫓겨날 거라고. 내 덕분에 지난 한 달간 잘도 버텼지? 라고 했고 여자는, 너따위 없어도 사실 나 혼자 잘한다. 너같은 놈#$%*. 말이나 더듬고 영어 제대로 못하지? 어? 어? 어?

  시간이 저녁 9시 정도인지라 이미 방에는 나를 비롯 다양한 국적과 나이의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문을 쾅 닫더니 '뭐야 너희?'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는 나를 안았다.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내가 평소에는 괜찮더라도 반사신경이 놀라면 간혹 욕이 튀어나오는데 이번엔 그 말문도 막혔다.

  곧이어 다시 문이 열리더니 그 남자가 들어올 생각도 않고 날 보더니 할말을 잃었다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다시 쾅 닫고 나가버렸다. 이 뭔 황당한 상황에 잘못한 것도 없는 나는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방금 샤워하고 나온건데.

  얼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사람이 체감하기에 따라 시간이 멈추거나 엄청 느리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것을 군대이후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슬그머니 그녀를 밀어내니 나는 사실 너를 좋아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는 당연히 안하고 황당하게 해서 미안하고 어쩌고 저쩌고. 자기가 뭐 어쩌고 저쩌고. 나는 다는 못알아듣고 그냥 고개를 끄덕.

  아, 이따가 이름도 모르는 녀석하고 싸워야 되는거야? 덩치 엄~청 크던데. 아니야 생각해보니 오늘 내로 브리즈번을 뜨는게 낫겠어. 별의별 생각도 잠시. 나는 다시 내 차량고민에 빠져있다가 피곤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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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