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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8. 브리즈번(Brisbane)

[10년 12월 24일, 금] 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by 이거는 2012. 6. 14.

  호주는 우리네와는 다르게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가족들과 보낸다는 의미가 커서 정작 이브와 당일은 거리가 무척이나 한산하다. 그렇게 24일과 25일은 집에서 가족들과 보낸 후, 26일은 박싱데이(Boxing day)라고 한 해를 마치기 전에 하는 점포정리 세일(Sale)이라고나 할까. 가게는 싸게 물건을 팔고 사람들은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로가 윈윈(Win-win) 하는 날이다.

  우리 부서에서는 한달 전 시크릿 산타(Secret Santa, 비밀의 산타클로스)를 뽑았다.

  얘들 발음으로는 산타가 아니라 샌타. 다들 시크릿 샌타라며 뭐라고 말하기에 내가 샌타가 뭐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눈이 동그래져서는 '샌타 클러-스'를 설명해줬던 쑥쓰러운 기억이 있다.

  부서 사람들 각자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접어서 큰 통에 넣고 섞은 뒤 한명씩 돌아가며 임의로 뽑는다. 그리고 해당하는 이름의 시크릿 산타(한글로 굳이 옮기자면 '마니또'..정도 되려나)가 되어 한달간 본인모르게 도움을 준 뒤 크리스마스 이브날 공개하면서 20불 이내의 선물을 해당자에게 주는 것이다. 뽑을 때 나도모르게 기도(기대)하며 뽑았거늘 부서원 35명 중 나 포함 5명밖에 없는 남자 한명을 뽑았다.(누구 나랑 바꿀사람? 엉엉.. 키 190에 매트릭스 나오는 키아누 리브스 닮았어)

  마침 오늘 서로의 시크릿 산타를 공개하며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데 역시 남자가 남자에게 선물한 내가 가장 주목되었다. 부서원들 모두가 깔깔깔. 나는 그에게 여자친구와의 소중한 기억을 담으라고 LCD 액자를 선물했다. Dick Smith(하이마트 같은 호주의 전자제품 전문점 중에 하나)에서 찾은 가장 저렴한 제품으로...

  놀란게 입사 초기에 있었던 아침인사 사건 후 사람들에게 애인관계로 오해받고있는 호주애(엄밀히 말하면 뉴질랜드)가 나의 시크릿 산타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딴 사람을 뽑았었지만 조용히 물밑작업을 통해 나를 뽑은 사람을 찾아냈고 긴긴 설득끝에(잇힝) 결국에는 바꿨단다. 면도크림하고 티셔츠와 함께 손편지를 받았는데 나 완전 감동받았어 엉엉...

  아침인사 사건(이야기는 앞서있지만 날짜상 뒤에 소개되므로 여기에 링크) : [11년 3월 1일, 화] 솔직해서 좋은 그들

  저녁에는 벨라가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해서 초대받았다. 밤 11시쯤 일을 마치고 가 보니 6시부터 시작한 파티는 얼추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도 늦어갈 뿐더러 사람들이 적당히 취기도 올라 슬슬 피곤해하는 상태였다. 사실 우리 업무의 특성상 추운데서 일하다가 상온으로 나오면 흔히 말하는 공장병(온도변화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열이나는 현상)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던지 잠이 쏟아진다. 때문에 일 마치고 집에오면 보통 1시간정도 낮잠을 자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난 벨라가 한 주 전부터 파티를 계획하는 것을 알고 도와주었기에 준비한 술의 양으로 보아 대략 11시쯤이면 사람들이 ...꽐라... 가 될 것임을 짐작했다.

  - 몇 명 정도 예상하는데?

  - 15에서 20명 정도?

  - 20명 치고도 너무 많은거 아니야?

  - 부족한거 보단 낫지. 늦으면 술 못사잖아.

 

 

 

  연휴인데다가 아니, 연휴가 아니더라도 11시라면 이미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주류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다를 바 없었다.

  파티 주최자는 보통 장소와 음악, 약간의 주류, 간단한 접시 등을 준비하면 파티에 참여하는 사람들 각자가 직접만든 음식과 BYO(Bring your own)이라고 자기네가 먹을만치의 주류를 들고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음식과 주류를 다같이 즐긴다. 한국의 파티는 주최자가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 이들의 파티라는 문화가 이렇게 자주, 그리고 부담없이 열릴 수 있다는 이유는 이것에 있었다.

  그리고 복장문제에 있어서도 서구권에서는 파티라 하면 특별히 차려입고 가는게 아니라 간편한 복장에 맘 편히 즐기러 가는 것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호주 초기에 파티 같은게 있다면 참여할 때 입고가겠다며 양복과 구두를 낑낑대며 들고갔다가 농장타면서 한국으로 바로 돌려보냈다. 쓸 일이 전~혀 없거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남모르게 쑥쓰러운 경험이다.

  나를 비롯해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파티는 미드 가십걸(Gossip girl)에나 나오는 파티임을 생각해 볼 때 재밌는 점이 하나가 있다. 가십걸의 파티 같은 경우는 보통 참여할 때의 드레스 코드(Code)가 있는데 이 때는 옷을 대여해 입는다. 턱시도를 비롯한 수트나 코스프레 복장을 전문적으로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 또한 그런 파티는 이처럼 파티라 부르지 않고 연회(Banquet)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워킹 홀리데이로 간다면, 그리고 엄청나게 대단한 인맥이 있는게 아니라면 호주에 머무는 동안 어지간해서 그런 파티는 참여해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 결혼식 정도라면 모를까.

  호주 가기 전에 토익(TOEIC)공부를 좀 더 했어야 했다. 서양문화에 대한 이해가 이러니...

  정리하자면 이벤트(Event)라는 큰 범주가 있고 이 아래 파티(Party)와 연회(Banquet)라는 각기 다른 소분류가 있는 것이다. 알았지? 밑줄 쫙!

 

[호주 생활에 앞서 도움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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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1/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생활)

26.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2/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문화)

27.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3/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자연)

28. 연금환급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