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두버라, 맑음
어제 남은 로에 들어가 일했다. 어제와 같이 한 빈을 조금 넘는 양을 하고 마쳤다.
미치라는 슈바녀석 얘기듣고 엄청 걱정했는데 우리쪽 관할하는 슈바는 테드(Ted)라는 옆집 할아버지같은 사람이었다. 이름도 일일이 챙겨 불러주고 얘기도 좋게좋게 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여기는 확실히 농장소속 피커가 많은지 두 개의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가 속한 곳이 노랑(Yellow), 룸메인 마르코 형이 속한 곳이 보라(Purple)팀으로 관리하는 슈바가 달랐다. 뭐 별게 다 있네.
저녁은 근래 문두버라에 온 이후로 귀찮아서 매일같이 먹던 신라면을 끓여먹으려고 했다. 농장에서의 식사는, 아침은 빵이나 시리얼로 대충 먹고(아침잠 많은 애들은 이것도 못먹는다) 점심은 농장에서 일하는 중간에 전날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 때문에, 하루 중 유일하게 제대로 차려먹을 수 있는 것은 저녁 뿐이다.
물을 받고 끓이려고 하는데 마르코 형이 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렸다.
너 이걸 그냥 먹어? 하길래 그렇다고 하니 형이 말하기를, 여기서 쓰는 모든 물은 근처의 강물을 끌어올려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 나라는 수돗물 그냥 먹는다고 얘기들었는데 아니냐고 했더니 그 물은 필터링이 전혀 안되는 물이라더라. 강에서 소가 먹고 똥싸고 파리에 갖은 벌레 꼬이는 흙 범벅인 물을 그냥 그대로 끌어올려 샤워장과 식당에 급수한다고 했다. 못믿겠으면 물 받아다가 색을 확인해 보라기에 봤더니 확실히 누렇고 부유물도 있었다. 지난 거의 5일 동안 매 저녁마다 라면끓여 맛있게 먹던 물인데 사실을 알고나니 충격에 빠졌다. 이럴 땐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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