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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11년 10월 20일, 목] 장거리 커플

by 이거는 2012. 7. 25.

  쿠알라룸푸르 - 홍콩, 흐림

  비행기 좌석도 불편하고 긴장이 되는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새벽 5시 50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홍콩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9시 15분. 세 시간이나 남네.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목마르고 배가 고파왔다. 여긴 말레이시아이기 때문에 내가 가진 호주, 홍콩, 미화, 한화 모두 쓸 수가 없다. 물론 카드를 쓰면 되긴 하겠지만 조금 더 참고 기내식이나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여자친구 만나는데 살쪘다고 실망하면 어떻게 해.

  노트북으로 영화보고 애들처럼 카트타고 빈 터미널을 혼자 질주하기도 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사람들이 게이트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홍콩의 공항에 내리니 3시 5분? 아, 홍콩과 브리즈번은 두 시간이 차이났었지.

  공항을 나와 시내 각지로 운행되는 버스(E34번)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나왔다. 호주에서도 못봤던 2층버스를 신기해하며 탔다. 버스타면서 돈을 내야하는데 돈이 장난감처럼 큰데다가 어느게 얼마짜리인지 헤매고 있으니까 기사가 도와줬다. 종착역인 틴수웨이(Tin shui wai) 터미널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홍콩이 작다작다 해서 진짜 작은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는 크더라. 난 홍콩 오기만 하면 길거리에서 쉽게 성룡 만날 수 있는건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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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았지만 상상했던 홍콩의, 홍콩다운 거리를 지나 마지막으로 도착한 터미널에서 내려 숙소를 찾으니 2시 20분. 내가 머물 숙소는 하버프라자 리조트 시티(Harbour Plaza Resort City)라는 호텔로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었다. 주변은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였다. 한국하고 느낌이 비슷한데? 호텔은 아고다(Agoda, www.agoda.co.kr)에서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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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인 하고 방으로 올라와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니 여자친구였다. 걱정이 되었는지 호텔 카운터에 연락했단다. 20분쯤 뒤에 온다고 했다.

  비행기타고 한 것이라고는 앉아있기만 했지만 그것도 힘들었는지 몸이 물먹은 솜 같았다. 우선 간단히 씻고 창가에서 호텔의 전망을 구경하는데 초인종이 눌려 열어보니 여자친구가 서 있었다.

  평소에 전화통화는 했지만 8개월만에 보는 것이라 그런지 느낌이 너무 생소했다. 내가 알던 사람 맞지?

  내 예상 시나리오는 이렇지 않았는데 반갑고 기대될 것이라 생각했던 마음은 긴장으로 벌써 잊혀졌다. 눈앞에 두고 안아주기는 커녕 말도 못걸겠더라. 우선 들어와서 소파에 앉으라고 권한 뒤 허둥지둥했다.

  장거리 커플들은 다 나처럼 이럴까?

  간단한 근황을 물은 뒤(사실 매일 통화하니 궁금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밖으로 나와 호텔 앞 공원을 걸었다. 둘 다 아무 말도 않고 그냥 걸었다. 아직 꿈인지 현실인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했다.

  홍콩이라 그런지 10월도 아직 후덥지근했다.

  날이 슬슬 저물고 하나 둘 들어오는 공원의 조명이 멋졌다. 저녁은 가족들과 자주간다는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핫팟(Hot pot, 샤브샤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