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주 워킹홀리데이/1. 록햄턴(Rockhampton)

[09년 12월 27일, 일] 워홀의 목적

by 이거는 2010. 3. 6.
  브리즈번, 흐리고 비

  브리즈번 시티 근처 스타디움을 구경할 예정이었지만 아침부터 비가 많이 와서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안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회화용 교재를 좀 봤다. 원래는 출국 전 다시 한번 쭉 읽고 오려 했지만 출발하는 그 시점까지 미뤄지다가 결국 같이 비행기를 타고 오게되었다.

  이후 인터넷으로 일자리 정보나 알아볼까 했지만 역시나 아침부터 살인적인 속도를 맛보고는 포기했다. 아룬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다운로드를 안하고 있단다. 그런데도 이 정도라니. 초당 5.6k란 정말 말 그대로의 모뎀속도가 나온다. 이봐 요즘 노트북은 무선으로 초당 5.4메가까지 나오게 되어있다구. 그나마도 나오면 다행이고 게이지가 전혀 올라가지 않는 상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검색어를 넣고 검색을 시켜두면 화장실 다녀와서도 창이 뜨지 않는 정도의 짜증나는 속도였다. 일 잡히면 상황을 봐서 당장 집을 옮기던지 해야지.

  아침을 간단히 먹으러 주방으로 향했는데 쬐끄만 날파리가 하도 많아 근원지를 확인해보니 잡다한 쓰레기를 담아두던 통이었다. 어제 분명히 비우긴 했지만 그동안 누적되어 바닥에 붙어있던 뭔가가 원인같았다. 한번 들여보니 오~ f. 이런 것을 집안에서 사육하고 있었단 말이야? 기는 놈, 나는 놈, 꼼짝않는 놈. 결국 못참고 화장실로 가져가 수세미로 깔끔히 정리해 말렸다. 어제 저녁, 남은 파스타를 전자렌지에 데우기 위해 전자렌지를 열었을 때 만큼이나 놀랬다.(아룬의 몇일 되었을지 모를 밥이 엄청난 냄새를 풍기며 날파리의 집으로 변해있었다.) 아... 인도가 이런 나라는 아니잖아? 이제는 일부 사실로 나라를 판단하기에 이르렀어. 이제 냉장고도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대놓고 얘기하고 싶지만 이게 그쪽에서는 허용되는 생활패턴이면 어쩌지? 설마 비어있던 세컨룸과 여행갔다던 두명까지, 원래 있어야 할 5명 쉐어 중에 아룬 하나만 남아있는 이유가 이런 이유는 아니겠지?

  비가 시원하게 내리니 기분은 좋았다. 바람도 시원했고. 다만 벌써 1주일이 되어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못한 기분이 들었다. 교재와 영단어를 보고 나니 다시 남아도는 많은 시간은(인터넷을 못하니 더더욱)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좁혀졌다.

  나에게 지금 당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최우선으로 해야할 것은? 이곳에 온 우선의 목적이 무엇이지?

  우선순위를 정해보니 영어 > 돈 > 여행 및 기타 잡다였다. 돈도 사실은 영어공부와 그에 관한 생활유지비 정도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농장이건 공장이건 단기간 10000불 신화를 이룬 선배 워홀러들이 부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가 정해지니 그만큼은 필요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길어야 6개월 허가된 워홀러이고 일을 한번 잡으면 자동차도 없는 지금 쉽게쉽게 옮기기도 쉬운 것은 아닐터. 게다가 세컨드 워킹비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기에 처음 잡는 일도 공장이나 농장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시 주변의 공장이나 농장은 또 세컨비자의 해당사항이 안된다. 어떻게 하면 1년을 유익하게 쓸 수 있을까.

  현재 4학년 2학기 휴학인데다가 이미 반년을 사용했기 때문에 2년 휴학을 가정하면 남은 시간은 내 후년인 2011년 8월까지. 세컨 비자를 받는다면 그때까지 있을 수야 있겠지만 다시 한국에서 취업을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4개월 이상은 필요하다. 결국 워홀 2년차는 없다고 가정하고 알찬 1년짜리 계획을 짜야 했다.

  오늘도 고민 속에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