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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1. 록햄턴(Rockhampton)

[09년 12월 25일, 금] 070전화와 맞바꾼 크리스마스

by 이거는 2010. 3. 6.

  브리즈번, 맑음

  모처럼 준비해온 인터넷 전화가 안되 너무나 속상해서 가입한 곳에다 글을 남기고 잠든 것이 새벽 4시 반. 7시쯤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아룬 빼고는 모두 대 자로 뻗어있었다. 이 녀석은 잠도 없어. 말로만 듣던 아침형 인간인가?
  거실은 어제 날아들어온 날벌레 시체들로 가관이었다. 그동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양파껍질의 일부라고 생각했던게 이거였어. 생각해보니 귀찮게 양파 손질해 먹은 적이 없을테니까.

  어제 아룬 친구 압둘(말레이시아)이 접시를 닦고 있길래 '넌 손님이니 내비둬. 나랑 아둔이 내일 아침에 할게.'라고 말해뒀던 뒷정리를 했다. 어제 음식은 거의 아룬이 만들었으니 이런건 내가 해줘야지. 게다가 나는 어제 사둔 파스타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졌다. 호주에 와서 처음으로 내게 마음을 열어준 외국인들이니.

  설거지 후, 물을 끓이고 소금을 조금 넣은 뒤 파스타를 익혔다. 원래 소스와 치즈가루를 뿌린 후 전자렌지에 돌려 먹는 것이 내 머릿속 조리법이었지만, 소스를 그냥 뿌리기만 했다. 소스 맛은 콜스 마크를 달지 않았음에도 역시 싼 것 답게 뭔가가 약간 부족했다. 하지만 여기엔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지. 절대 기내식 같지는 않을거야. 먹어보니 얘들이 칭찬을 늘어놓는다. '유 아 굿 치프 맨~', '쏘 그레이트' 걱정했는데 맛나게 먹어주니 또 고마웠다. 그렇게 우린 브런치를 먹었다. 헤어지는데 인사가 See you again이 아니라 See you 또는, See ya 였다. 여기서는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

  애들이 간 후, 나는 가계부 정리와 앞으로 해야될 일, 일자리나 알아보려 했는데 인터넷이 너무나 느렸다. 아룬한테 인터넷 안 느리냐고, 어제는 안그랬는데 오늘 이상하게 느리다고 농담식으로 영화 다운받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게임을 다운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뭔가 봤더니 비행시뮬레이션. 그래 네 전공살려 뭔가를 하니 내가 봐준다.

  이후 왜 070 전화가 안되는지에 대해 매뉴얼과 공유기 설정페이지를 오가며 고민하는 것으로 오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