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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1. 록햄턴(Rockhampton)

[09년 12월 26일, 토] 부족한 어휘를 늘리자

by 이거는 2010. 3. 6.

  브리즈번, 중간중간 소나기

  박싱데이(Boxing day)라 해서 1년중 6월, 12월 두 번 있다는 쇼핑의 날이다. 오늘 할 일은 샴푸랑 선크림, 그리고 섬유유연제를 조금 사는 것. 가능하다면 구인광고가 적혀있을 주말 신문도 한번 구해보고.

  어제 토미형한테 버스타고 Chermside에 가면 큰 매장들이 몰려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기대를 하고 구글 맵으로 알아볼까 했는데 아침부터 인터넷이 먹통이다. 하~ 또 다운로드중인가. 그래서 영어 단어장이나 좀 보고 있으니까 아룬이 들어와 자기는 시티 나가서 이따가 올 거라고 얘기하더라. 얘가 갑자기 왜 이런것까지 얘기하지? 나도 조금뒤 나갈거라고 해준뒤 보냈다.

  구글 맵으로 오늘 갈 곳을 대충 확인해보려 했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포기하고 나도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노선을 대략 확인(정거장마다 목적지가 적힌 버스번호와 시간표가 걸려있다.) 했다. 생전 처음보는 곳에 가서 길 잃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잠시 생겼지만 그런건 돈 없을 때 얘기지. 지금 난 지갑에 150불이나 있다고. 게다가 어제 산 고 카드(Go card)까지 들어있지.

  챔사이드에 있는 매장들을 둘러봤더니 별거 없더라. 그래서 돌아서 시티로 나가보기로 했다. 시티에 있는 유학원에서 ANZ관련 카드와 비밀번호가 왔는지 확인하려 했는데 3시 반인 지금 유학원은 문을 닫은 상태. 시간때문에 닫은건지 토요일이라 닫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은 말하는게 여의치 않아 은행에서가 아닌 ATM으로 계좌열 때 줬던 내 정보가 담긴 서류로 잔액을 확인해 보려했는데 ATM은 카드가 있어야만 했다.(총 2300불을 가져오려 했는데 출발 전 첫날을 백팩에 머물고 자리잡지 않을 점을 고려해 1300불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집에서 송금해주기로 했다.) 주말이니 당연히 은행 문도 닫혀있는 상태.

  어쩔 수 없이 콜스에서 장이나 간단히 보고 나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간 모았던 잔돈(잔돈은 아직도 익숙치 않아 주로 지폐를 쓰게되더라.(뭔 2달러가 1달러보다 작아? 액수는 큰데 크기가 작다니.. 50센트는 또 왜 이렇게 터무니없이 큰거야?) 잔돈이 10달러 가량 되기에 바꾸려고 카운터에 섰다. 계산을 마친 후 '난 이 돈을 oo로 바꾸기를 원해요'라고 하는 과정에서 지폐가 뭔지 전혀 생각이 안나더라. 지폐가 뭐였지? 수표가 체크였으니 캐쉬?...는 아닌데 동전은 뭐라고 했지?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분명히 아는 단어인데.. 제발.. 제발.. 카운터 직원과 대면한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그 의아한 표정에 나도 덩달아 할말을 잊을 시점에서 나보고 중국말 할 줄 아느냐고 묻더라. '아니요 난 한국사람입니다.' 신기하게 중국말은 떠올랐는데 지폐라는 영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고민고민 하다가 50불 내고 거슬러 받은 20불짜리에서 갑자기 번뜩 생각이 나 'I want to transfer... I want to change like this'라고 하니까 이해하더라. 휴~ 오늘도 한건 해냈다. 등에는 이미 식은땀이 줄줄.(긴장해서가 아니라 더워서 허허)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해봤다. 지폐가 뭐였지? 일기쓰는 지금에서야 bill이라고 생각나는건 또 뭔지. 여기서 나의 전형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는 것이고 외워도 당장에 쓰지않아 필요로 할 때 입과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간단히 표현될 것들을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는 점. 내딴에는 머릿속으로 한참 생각해서 얘기하면 상대방이 간혹 '아 ooo하니까 ooo해 달라고?'하고 정리해 줄 때면, 왜 저렇게 간단히 표현될 수 있는 것을 생각못했을까 하곤 한다.

  호주에 와서 깜짝깜짝 놀라는게 얼마전에 먹은 감자칩도 그렇고 오늘 산 500ml 팩 주스도 그렇고, 맛이 상상을 벗어나곤 한다는 것이다. 감자칩의 경우 original vinegal 이라 적혀있었는데(살 때는 그냥 봉지 디자인과 가격만 보고 샀다) 설마 못먹을 맛이겠어 싶어 하나 샀던게 한 3일쯤 두고 먹은 것 같다. 감자칩이 뭔가 오래된 것 같은 맛이(숙성) 나 유통기간을 보니 정상이었고 vinegal이라 적힌게 뭔가해서 사전을 찾아봤더니 식초. 이른바 감자칩 식초맛. 그래서 이제는 식초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또, 오늘 놀란 것은 팩 주스. 우유팩처럼 생겨서 콜스 마크달고 있는 것인데 탁월한 선택 99센트라는 말에 낚였다. 2리터 주스가 3천원 이상 하는 것에 비하면 비율상 싼 것은 아니지만 집에 가는 길에 간단히 먹어야지 해서 샀다. 생수랑 1:1, 혹은 2:1 로 섞어먹어도 될 듯 한 엄청난 단 맛을 지녔는데 이건 뭐 데스노트 L 정도는 되야 먹지 도저히 못먹겠다 싶어 다시 겉을 보니 concentrate라 적혀 있었다. 집중? 설마 농축액 그런 얘기는 아니겠지? 했는데 집에 돌아와 사전을 검색해 보니 농축액이 맞더라. 허허. 앞으로는 가격만 보고 사지 말아야지.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려 하는데 아룬이 거실 정리를 하려 하는데 나보고 쓰레기좀 버려달란다. 그래서 그러마라고 했는데 어제까지의 회식으로 쓰레기통은 음식물(간단히 - 짬)부터 시작해 캔, 플라스틱, 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들어있었다. 분명히 그제 얘네들 음식할 때 이런 상황이 오리라 생각은 했건만,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내비뒀던게 후회되었다. 그런데 아룬이 봉지 하나에 통째로 담아주는게 아닌가. 살짝 빈정 상하긴 했지만 그래 여기서 분류하긴 뭣하니 내려가서 해주마 하고 나왔다. 집앞 쓰레기통을 열어보는데 f 한 상황이 나왔다. 꿈틀대는 것부터 날아다니는 것까지. 아~ 욕이 절로 나오는데 다른 통들은 어떤가 싶어 열어보니 비어있더라. 여기는 분리수거 안하나? 여기서 다시 고민. 분리수거를 뭐라고 하지? 리사이클?..은 재활용이고.. 분류? 컨텐츠?..는 목차고.. 디바이드?..는 나누는 건데.. 한참 고민하는데 아룬이 나왔다. 오래걸려서 모르나 싶어 나왔다고. 몇 가지 문장으로 번갈아 설명하는데 도저히 분리수거를 몰라 캔은 캔끼리 페트병은 페트병끼리 어쩌고 저쩌고 말하니깐 이해하는 눈치더라. '아 잇츠 새임' 도저히 양심상 그렇게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고 올라왔다. 절대로 일을 잡아도 거리청소는 하지 말아야지. 이거 분류하려면 꽤나 고생하겠다.(한참 나중에야 알게되었지만 호주는 분리수거가 따로 없다.)

  올라와 거실을 보니 빨리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다 있더라. 청소기 한번 대~충(정말 대~충) 돌리고 끝. 허허 이노무 나라는 왜 이래. 이 녀석도 군대를 보내야 이해하려나 생각하면서 내가 다시한번 쫙 돌렸다. 역시 한국서 쓰던 내 방과 내 청결성은 '비교적' 세계적인 것이었어.

  저녁 때 인터넷을 좀 하려 했는데 도저히 느려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어제에 이어서 MS flight smulation을 다운받고 있는 것이리라.(난 팔콘4를 몇 번 했었는데 이륙도 하고 미사일도 쏴 봤지만 제일 중요한 착륙을 못배웠지) 어제 뭐 다운받냐고 물어본 바로는 4기가 넘는 파일의(100메가씩 나뉘어져 있더라) 21번째 파일을 받고 있었다.(넉넉잡아 5기가라 하자. 그러면 1024를 1000으로 감안하면 거진 100메가짜리가 50개, 오늘은 전체의 3분의 2쯤 다운받고 있겠지?) 다운로드 창이 5개인가 띄어져 있었던거 같은데?

  내 컴퓨터는 네이트가 기본페이지인데 뭔가 검색을 하면 다음페이지가 전혀 뜨지 않는 것이었다. 참다 참다 결국 얘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머릿속으로 문장을 가다듬었다. 말하면서 걱정인게 영어에도 같은 의미인데 쏴대는 표현이 있고 정중한 표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분간할 정도는 안되지만 그렇게 들어왔다. 괜히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끼리 기분나쁘게 지낼 필요가 없잖아? '아이 캔낫 인터넷 애니띵, 위 해브 투 쉐어 리미티드 리소스. 쏘 우듀 플리스 디크리스 넘버 오브 다운로드.'라고 했다. 맞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내 의도는 그러했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이해했는지 지금은 인터넷이 좀 된다. 휴.. 아는 게 힘, 무식이 죄가 맞다.


쇠고기, 육포 11.35
세제, 섬유유연제, 샴푸, 선크림, 오렌지주스, 500ml 팩 주스 25.05

총 지출
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