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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1. 록햄턴(Rockhampton)

[09년 12월 29일, 화] 쉐어메이트 들어오다!!??

by 이거는 2010. 3. 6.

  브리즈번, 흐리고 비

  한국에서 출발한 또 한명의 세컨룸 쉐어생이 오는 날이다. 예전에 워홀로 호주에 왔었다가 이번에는 여행삼아 다시 오는 길이라 했는데 이곳에서 3달이나 머물 예정이라 했다. 내가 일주일 전 오늘 도착했으니 오늘 오는 사람도 나와 같은 JAL을 타고 오는 듯 싶었다. 토미 형한테 들으니 남자가 아닌 여자! 라는 점이 놀라웠다. 먼저 세컨룸에 머무는 나를 생각해서 남자가 이미 쓰고있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단다. 나에게 의향을 묻길래 얼마 안되는 백팩커 생활을 떠올려 나도 괜찮긴 한데 나보다 나이가 많아야 한다고 했다.(너무 오픈마인드인가) 어린 사람은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토미 형은 그 분도 4년 전 워홀로 생활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니 그런 것은 괜찮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결국 약속이 잡힌 또 한명의 세컨쉐어가 왔다.

  이곳에 온지 일주일째. 오늘 해야할 계획을 가지고 간단한 방 정리 후 아침 일찍부터 시티로 나갔다. 유학원에 들러 카드가 도착했나 확인해봤으나 아직도 도착을 안했다. 가보고자 했던 직업 에이전시도 다들 문을 닫았다. 하~ 주구장창 1월 2일까지 쉬어야 하나. 전혀 달갑지 않은 휴가다. 한국같으면 이것 저것 해볼 것이 많았겠지만 여기는 만날 사람도 아는 누구도 없다. 배낭 간단히 챙겨 시드니로 훌쩍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음가짐이 이러한 상태에서는 여행도 무의미할 듯 싶다. 한국에서는 큰소리 땅땅치고 왔는데 학원등록을 우선 3개월쯤 하고 시작할걸 그랬나. 학원이면 당연히 친구들도 생길테고 이런 고민은 없을테지. 그치만 이후의 원기옥을 위해서 조금 더 기(氣)를 모아보기로 했다.

  시티에서는 스포츠상점을 찾아냈다. 가능한한 저렴한 농구공을 찾다가 결국 단돈 10달러짜리 농구공을 찾았다. 물론 크기도 6사이즈로 조금 작고, 재질도 냄새나는 고무지만 아쉬운대로 나의 여가시간을 건강히 해줄 듯 싶었다. 아룬도 데리고 나가 같이 놀아야지.

  퀸스트리트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는데 토미 형한테서 전화가 왔다. 세컨쉐어가 와서 만나보러 가는데 열쇠복사를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혹시 몰라 집에 가 보니 청소상태가 엉망이라 정리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지? 나도 아룬 걔 좀 적응하기 힘들어. 열쇠를 복사하고 몇 가지 장을 본 뒤 나도 일찍 집으로 갔다.

  방 안으로 들어서는데 반가운 한국말로 인사를 들었다. 영어 이름은 베티, 한국나이로 32살이라고 했다. 다행이 누나였다. 몇 마디 이야기 후에 서로 말을 편하게 하자고 해서 금방 친해졌다.(물론 이 때는 서먹했지만) 주변에 장볼만한 곳이 있냐고 묻길래 내가 여자걸음으로는 조금 먼 거리라고 했지만 걷는 것을 좋아한다며 굳이 걸어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위치를 알려준 뒤 보냈더니 웬걸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서 들어왔다.(이곳은 해가 일찍 뜨는 대신 저녁 7시만 되도 어둡다) 이제나 저제나 걱정 속에 기다리는데 내가 갔더라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벌써 도착해 샤워하고 반지의 제왕 디렉터스 컷 반은 봤을만한 시간에 누나가 도착했다.

  자축이라고 맥주와 안주 몇 가지를 사갖고 왔더라. 난 누나 온다고 해서 아무것도 준비한게 없는데. 술을 안 마시는 아룬을 제외하고는 6개들이 포엑스 캔을 3개씩 나눠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누나는 이미 호주, 인도, 캐나다, 말레이시아, 네팔, 인도네시아 등 외국 여러 곳을 다녀왔던 여행 베테랑이었다. 내가 영어를 더 잘해서 아룬까지 셋이서 공감대가 맞는 이야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오랜만에 심심하지 않은 저녁시간을 보냈다. 누나의 워홀 경험담도 듣고 이런 저런 외국 생활에 유용한 이야기도 듣고. 누나는 5개월에 만 오천불(순수 세이브만) 대박농장을 경험한 소수의 축복받은 워홀러 중 하나였다. 우와. 난 그만한 일 아직 상상도 못하겠어. 있으면 좋겠지만 이곳에 온 목적상 그만큼은 필요도 없다구.

  누나는 31일에 골드코스트로 출발해 저녁 때 신년맞이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돌아올 계획이라고 했다. 워홀과 여행비자의 차이가 느껴졌다. 그 넉넉한 여유, 그리고 마음가짐도. 해외 여러 곳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언젠가 나도 정말 그런 삶을 살아봤으면 하는 부러움도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2시 가까이 시간이 흘러있었다. 와우 시간 빠르네.


고 카드 충전 20
열쇠복사 14.45
세탁세제 2.59
시리얼 6
우유 2.17  세 가지 10.75
농구공 10

총 지출 55.2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