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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6. 문두버라(Mundubbera)

[10년 5월 13일, 목] 세상이 좁아 세상이..

by 이거는 2012. 6. 7.

  어제 미처 못본 서쪽지역 백팩을 돌아다니며 차량을 알아보았다. 시티 근방으로 일주일 정도 단기쉐어도 알아보았는데 결국엔 못구했다.

  씻고 나오면서 보니 내 아래 침대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치워졌다기보다 나가기 위해 싹다 없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결국 다른데로 나갔나보다. 다행이다 별일 없어서. 타국에서 몸이라도 건져가야지 무서워.

  식은땀 흘리고 애먹으면서 시작했던 차량 판매자와의 대화도 자꾸 하다보니 익숙해졌다. 다행이 내가 외국인인 것을 감안했는지 얘들도 천천히 차량 상태에 대해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해줬다. 그렇지 돈은 내가 갖고 있는 거지.

  백팩에 광고된 차량들은 다들 여행목적으로 타고 다니다가 귀국 전에 판매하는 것이라 부수적으로 포함된 것들이 많았다. 침낭, 가스버너, 조리기구, 텐트, 스포츠 용품 등등. 하지만 차량 상태는 그저 그랬고. 결정적으로 RWC가 없으니 불안했다.

  명의 이전에 있어서 RWC가 없으면 이전이 안된다. '대포차'가 된다는 말이지. 차와 주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에 주차위반, 속도위반 등등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무렇게나 타고 다니다가 싼 값에 판다던가 퍼지면 그냥 놓고 가는 '일회용 범퍼카'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 내 명의로 바꾸고 싶으면 직접 돈 들여 RWC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얘네들이 괜히 안받았겠는가. 뭔가 하자가 있어 수리를 하려니 추가 비용이 들어 그만큼의 비용을 줄여 파는 것이다. 하지만 들춰봐서 타이어 네짝만 갈아도 400불은 후딱 깨진다. 추가적으로 검사해봐서 재수없으면 수리비가 차 값만큼 들 수도 있다.

  차량을 호주에 머무는 동안 잘 이용하다가 귀국 때 팔아야 할 것도 감안한다면차량 구매시 RWC는 중요하다.

  처음에 살 때 괜찮은 것으로 사서 잘 타다가 팔면 운 좋으면 차량으로도 차액을 남길 수가 있지만 2,000불 전후의 차량은 성능이 그다지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98년식 이후, 그리고 3,000불을 넘는 차량을 사고 싶었다.

  카세일즈(carsales.com.au)는 차량판매 광고를 게시하기 전에 광고비를 낸다. 그 때문인지 가격에도 거품이 있는 듯 했다. 하루정도 웹사이트를 검색하다보면 어느 정도의 차량이 어느 정도 가격이 적정선인지 감이 오는데, 이 웹사이트에 광고중인 차량은 우선 네고부터 하고봐야 할 정도로 거품이 많았다.

  검색하던 중에 옵션이랑 연식이랑 정말 맘에드는 차량이 있었다.

  포드 팔콘(Ford falcon AU III) 2002년식 오토, 410,000km, 풀옵션, 노랑색. 이 모델이 2,800불 내 생각에는 포드라는 회사가 현대가 소나타 생산하듯 팔콘을 호주식 모델로 만든 것 같았다. 연식, 옵션, 가격 모두 최고인데 주행계(오도미터 - odometer - 라고 하더라)가 엄청났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가 38만 km인데 이건 주행거리만 해도 지구에서 달까지 간 다음 돌아오는 중이다. 설명을 보니 택시로 뛰었다고 하더라. 어디를 어떻게 간거야? 택시였던 차량의 장점은 가스를 사용한다던지 가스 - 가솔린 겸용이라 기름값이 적게 든다. 물론 하자가 없으니 그만큼 뛰었겠지만 문제는 언제 퍼질지 모른다는 거지. 내가 몰다 퍼지면 그냥 차값 날리는 것이다. 게다가 잘 타더라도 나중에는 어떻게 팔지 골치를 썩일 것 같았다. 그래서 패스!

  저녁에 바람이나 쐬고 올겸 퀸스트리트나 한바퀴 돌고 왔다. 낮에는 관광객을 비롯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 휑 했다. 간혹 코스프레랑 엄청난 피어싱을 한 무리들이 무리지어 놀고있었다. 밤낮이 오사카와는 반대네? 거긴 낮에는 한산하고 밤에는 삐까번쩍 한데.

  이번 주말에는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쉰지 몇일 되었다고 다시 정신없이 일하고 싶어졌다.

  숙소로 올라오려는 중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어? 하고 놀랬다. 내 앞에는 무릎나 백팩에서 알고지내던 누나가 서 있었다. 처음 배 피킹 때 같이 가게된 이후 인사정도 하면서 지냈는데 여기 브리즈번에서 다시 만나다니. 많고많은 날, 많고많은 도시, 브리즈번엔 백패커스도 여럿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세상이 좁단 말인가.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 지내왔던 얘기를 나눴다. 누나는 북쪽 케언즈(Cairns)나 툴리(Tully) 쪽으로 간다고 했다. 바나나 피킹 해보겠다고. 내가 듣기로 북쪽은 워낙에 더운데다 바나나 열매 사이에 뱀이 더위를 피해 쉬는 경우가 많아 피킹중에 놀랜다고 했지만 뭐 간다고 한다니. 나도 그렇지만 참 살기 쉽지가 않다며 둘이 깔깔대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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