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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11년 12월 17일, 토] 필리핀 여행 1일차 - 마닐라(Manila)

by 이거는 2012. 8. 6.

  바기오 - 마닐라, 흐리고 비

  빅토리 라이너, 새벽에 출발

  8주간의 수업이 끝났다. 8주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필리핀에 온 결정에 후회 없는 두 달이었다고 생각한다.

  새벽 2시. 학원을 나섰다. 오늘 나까지 8명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마닐라로 향했다. 많은 친구들이 그간 쌓인 적지않은 정을 아쉬워하며 우리를 배웅해줬다.

  택시 한 대당 네 명씩 타고 지난 주 예약한 빅토리 라이너(Victory liner, www.victoryliner.com)의 버스를 타기위해 신 터미널로 향했다.

  나를 비롯한 우리 8명은 이번에 럭셔리 버스를 예약했다. 750페소에 바기오 - 마닐라(파사이 터미널)까지 4시간 30분 운행, 무료 와이파이에 편한 좌석을 갖춘 버스였다. 지난번 바기오에 올 때도 그렇고 사가다 투어 때도 그렇고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것이 아닌 장거리 버스여행이라면 질색이기에 조금 비싸더라도 빠르고 편한 것을 골랐다.

  오전 7시쯤 파사이(Pasai) 터미널 도착.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는 쇼군(Shogun) 호텔로 걸어갔다. 구글맵으로 보기에 걸어갈만한 거리기에 굳이 택시를 타기보다는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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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마닐라는 바기오보다 습하고 더웠다. 아침인데도 이 정도인데 오후에는 얼마나 더울까.


  호텔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위해 잠시 대기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로비를 일본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도록 꾸며놓았다.


  여자친구가 도착하기는 4시간 가까이 시간이 남아서 방으로 올라가 씻은 뒤 잠시 쉬었다. 내부는 좁긴 했지만 깔끔했다.


  호텔은 아고다(Agoda, www.agoda.co.kr)에서 예약했다. 남자 입장에서 저렴한 호텔을 권하자니 뭔가 모양이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다행이 여자친구가 먼저 둘러보면서 찍어둔 몇 군데를 제안하기에 고민해서 같이 결정했다.

  하루 숙박료가 카드 수수료까지 40.02불.

  우리는 여행을 5주나 해야하기 때문에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숙박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게다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도보여행으로 쓰기에 우리 기준에서 숙소는 적당한 위치에 + 에어컨을 갖추고 + 너무 지저분하지만 않으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숙소의 선택은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 10시. 호텔 주변을 조금 알아두고 싶었다. 아울러 마닐라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다. 호텔 주변을 걷는데 확실히 바기오보다도 사람들이 많았다. 학원 강사들도 마닐라 일부 우범지역은 두렵다고 파사이나 마카티 등의 지역을 벗어날 때는 특히 주의하라고 했기에 약간은 겁이 나기도 했다. 같은 필리핀 사람이긴 하지만 마닐라는 여자 혼자 돌아다니기에는 무섭다고 했다.

  12시. 이제 30분 뒤 공항에 내릴 여자친구의 픽업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도착이 12시 30분이니 짐 찾고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20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 예상해서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행 계획을 확인했다.

  두 달 만에 만난 그녀, 지난번보다는 비교적 어색하고 긴장되지 않았다.

  택시타고 숙소에 들러 짐을 올린 뒤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와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를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인트라무로스는 예전 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의 주거지라고 하더라. 이곳에 있는 교회인 성 어거스틴 교회는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인트라무로스가 피해를 입었을 때 다행이 피해가 없어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했단다. 하지만 솔직한 생각으로는 아무리 전쟁이지만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는 너무 치사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기야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면 전쟁하기는 힘들겠지. 여담으로 우리의 해인사도 여러 생각있는 사람들의 의견과 노력 덕분에 앞서의 여러 전쟁에서 지켜졌다고 하더라. 덕분에 아직 팔만대장경이 무사히 보존(일제강점기 때 분실된 것들을 제외한다면)되는 것이기도 하고.

  우선은 마닐라 성당 앞에서 내렸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성 어거스틴 교회쪽으로 향해 가는데 비가 억수로 내렸다. 근처 편의점에서 잠시 기다렸지만 도저히 멎을 것 같지 않았다. 실내건물로 가득할 몰오브 아시아를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쇼핑천국 홍콩에서 살던 사람이 그런게 신기할까. 그래서 호객행위중인 트라이시클을 타고 근처의 SM 몰까지 갔다. 아오 여행 첫날을 그냥 허비했네. 마닐라 여정은 오늘 하루뿐인데.

 

 

  빗발이 살짝 가늘어지긴 했으나 도보로 둘러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SM몰에 머물다가 저녁을 먹으러 담파(Dampa)를 가기로 했다. 필리핀에서는 수산물 시장(Seafood market)을 담파라고 부른단다. 마닐라에도 여러 군데가 있다. 내가 생각한 곳은 바클라란과 마카파갈 두 군데가 숙소와 가까워 수업 때 강사에게 물어보니 마카파갈이 비교적 나중에 생겨서 깔끔한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필리핀 현지인이 아니라서 혹시라도 모를 해코지 당할 것을 우려해 마카파갈로 가란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수염을 길렀다. 어차피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어벙해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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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파갈 담파는 SM 몰 오브 아시아 근방이다>


  상가 중앙 부분에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고 ㅁ자로 식당들이 둘러서 있다. 먹고싶은 야채와 해산물을 사다가 식당으로 들거가면 그들은 조리비를 받고 요리해주는 식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무척이나 밝다. 한국말도 곧잘했고 사진 찍어달라고 불러세워 같이 포즈도 취해주고 재밌었지만 난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우도 같은 새우가 아니라 종류별 크기별로 가격이 다 달랐다.

  - 뭐? 500페소? 저기보다 비싼데? 그럼 400페소? 400페소면 호주달러로 9불쯤 하나? 그럼 한국돈으로 만원쯤이네?

  우리는 새우 0.5kg 200페소, 집게발 0.5kg 200페소, 홍합과 굴을 합쳐 1kg 80페소에 샀다. 마늘쫑처럼 생긴 야채도 30페소를 샀다. 자주 와봤더라면 가격에 대한 감이 있을텐데 처음이라 얼마나 착한 일(?)을 하고왔는지는 모르겠다. 호주에서 일할 땐 새우 신나게 갖다먹었는데.

  사실 먹고싶은게 참 많았는데 두명 뿐이라 선택이 넓지 않았다. 요리를 하기도 전에 겨우 요만큼의 양을 보고 벌써 질려버렸으니.

  여러 가게를 둘러보다가 그 중에 학원에서 수업받을 때 추천받았던 Aling Tonya's Seafood Restaurant을 찾았다. 들어가면서 사둔 해산물을 넘겼다. 그리고 조리법을 말해줬다.

  집게발은 버터 갈릭, 새우는 반은 스윗칠리 반은 튀김, 조개류는 치즈 베이크.

  음식은 생각보다 금방나왔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산 것으로 조리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앞서 사온 사람들의 것이 조리되어 나오는 것 같았다. 왜냐면 두 가지로 요리된 새우의 종류가 달랐다.(그리고 우리 것보다 더 컸다)

  하기야 소규모로 일일이 조리하려면 시간과 돈이 더 들겠지?

  듣기로는 워낙에 찾아오는 한국사람이 많아 소주와 김치도 먹을 수 있다는데 난 여기까지와서 한국음식 먹기는 싫었다.

 

 

  여기에 갈릭라이스(Garlic rice, 마늘밥)을 시켜서 양념에 비벼먹는다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남겨서 나왔다. 최소 4명 이상 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식재료는 510페소(13000원)가 나왔는데 조리비는 960페소(26000원)가 나왔다. 여럿이라면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


숙박료 : $ 40.02(44000원)

지출(식사, 택시, 군것질) : P 2428(6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