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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3. 무룹나(Mooroopna)

[10년 1월 30일, 토] 무릎나가다? 무룹나(Mooroopna)가다

by 이거는 2010. 3. 11.

  메리검, 맑음, 무룹나(Mooroopna)

  어제와 마찬가지로 5시 20분쯤 농장으로 출발해 6시 30분에 일을 시작했다. 농장은 확실히 자기차량이 필수다. 이건 뭐.. 기상 후 거의 한 시간을 손해보는데?
  토마토 피킹을 하는데 대충 지나갈만도 한데 자꾸 내가 피킹한 자리를 체크하는 것이 팀의 본보기로 그러는 것 같았다. 미운털 아주 제대로 박혔다. 정말 속이 끓었지만 오늘까지 일하고 그만두는 것이니 참았다.
  일을 마친 후 짐을 꾸려 백팩으로 옮겼다. 우리 네 명의 짐이 많아 두 번이나 왕복했다. 억이 형은 고기공장에 머무는 동안 쉐어 마스터(집 한채를 계약후 남는 방을 다른사람들에게 빌려 주는 것)도 했었던지라 여러가지로 유용한 짐들이 많았다. 형 덕분에 밥솥에 지은 쌀밥과 한국식 저녁을 해 먹을 수 있었으니.

  토마토는 오늘까지 겨우 4일 일했는데도 지긋지긋했다. 배는 아무래도 나무작물이니 좀 낫겠지. 매 주 토요일이 4인실 캐빈 방값내는 날인데 마침 오늘이었다. 장윤이가 방값 받으러 왔다가 우리 나간다는 얘길 듣고 넋나간 표정을 했다. 크리스는 나보다 일주일 가량 먼저온 스피디한 피커 '유망주'였고 형은 여기 농장 초기부터 팀과 같이한 '중역'이었다. 나는 뭐, 일은 못하지만 장윤이 보다 나이많아 대놓고 갈구지는 못하는 팀의 '애물단지'였을까.

  우리가 머물게 된 무룹나의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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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이름이 인터네셔널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병원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벽에는 환자를 위한 손잡이, 방 입구에는 명찰표, 화장실의 휠체어 손잡이 등 확실했다. 시설은 메리검 카라밴 파크보다 훨~씬 별로였다. 사람은 가득있는데 화장실, 샤워실이 너무나 부족했다. 식당도 작았고, 방마다 에어컨도 없었다. 근데 가격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는 명목으로 115불로 25불 더 비쌌다. 그래도 소개비 200불보다는 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여기 살면서 관리하는 백팩 주인의 이름은 세리나라는 거친 입을 가진 시끌벅적한 할머니였고 같이 운영하면서 우리에게 일자리를 연결시켜준 사람은 쉐인이라고 했다. 세리나가 말하길 자신이 이곳의 마피아 보스니까 자신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니 따르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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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리나 말고... -

  숙소 복도를 지나는데 대니 형이 갑자기 깜짝 놀라더니 알던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 농장생활하면서 만났던 후배라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호주도 참 좁다라고 생각했다.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아 이번 이동을 깊게 고민했다. 록햄턴에서 이곳에 처음 올 때의 생각처럼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나서 옮겨야 하는게 맞지만 결국은 이동을 결정했다. 앞으로 가게 될 토마토 농장의 두번째 지역은 작황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여태까지 많은 핑계로 페이를 떼먹는 정황으로 봤을 때 다음 농장이라고 상황이 특별히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부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