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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3. 무룹나(Mooroopna)

호주를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서

by 이거는 2010. 3. 5.
  호주로 출발 전 가장 큰 고민이 과연 이만한 시간을 투자해 그 이상을 얻어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가치분석이었다.
  만일 한국에서 학원이라는 매개없이 공부해도 여기 온 이상으로 가능하다면, 또는 차라리 비용면에서 걱정이 없어 캐나다나,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이 가능하다던가 하면 이곳에는 워홀로 전혀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학원이라는 매개와 영어를 자연스레 써봐야 할 환경이 필요하다면, 추가로 그 모든 비용을 스스로 마련하기를 원한다면 워홀로 오는 것이 맞다. 다만 한국에서 준비할 경우는 정말 급한 상황이 생길 경우 언어와 국적, 신분의 장벽이 없다는 것과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인 인맥, 경험, 정보, 접근성, 시행착오 등의 면에서는 여기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점.
  최우선적으로 호주에서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지원을 위한 자금, 안정적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 정말 간단한 결론이면서 어려운 문제이다.
  작년 한 해 워홀비자로 호주로 오는 인원이 4만명, 이전에 이미 들어와 생활 중인 사람들은 그 이상일 것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는 호주가 아니다. 글쎄, 호주생활이 겨우 3개월이 채 안된 내가 결론을 내리기에는 억측인 부분도 있겠지만 내가 겪었던 공장, 농장 지원경험으로 봐서는 맞다. 이미 유명한 곳은 너희 없어도 대기자 많으니까 새로 뽑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배짱부리면서 좋은 조건들이 점차 하향되어가고, 괜찮다 싶던 곳도 1년 지나 시즌이 다시 다가오면 전 해 경험자로부터 소식을 들은 대기자로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이다.
  새로 오는 워홀러들이 한국서 얻었을 정보는 뻔히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나 선배 워홀러들로부터 들은 정보. 때문에 손때 타지않은 소수에게만 전수되는 정보들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것이고 커뮤니티 사이트 구인구직란에는 직업을 사고파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내가 경험한 사실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처음에 나도 고기공장 개인컨텍의 꿈을 꾸고 왔다. 물론 아직도 희망하지만 지원서를 내면서 듣기로는 채용되기까지 최소 몇 달이라는 얘기였고 한국에서는 미리 상당한 소개비를 받고 농장이나 고기공장에 컨텍시켜주는 에이전시도 많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지만 실상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앞으로 상황은 더 그러할 것이다. 비프 캐피털(Beef capital)이라고 그렇게도 유명한 록햄턴에서 레익스 크릭 로드(lakes creek rd.)를 따라 컨텍 가능한 고기공장이 두 군데.(Teys Bros, JBS Swift)
  다니는 사람들 말을 듣자면 입구 시큐리티에 쌓인 이력서만 해도 더블에이 서너 상자. 시큐리티를 지나 HR 오피스에도 쌓여있을 양을 고려한다면 더욱 많다는 얘기. 농장의 경우에는 2월의 일자리 컨텍을 위해 전 년도 11월부터 대기하는 대기자가 200여명이라는 말도. 어디를 가나 대기가 필수로 따라붙는데 대기는 뭐 공짜로 하나. 생활비 등으로 수입없이 지출만 있는 피 말리는 상황을 겪어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수능으로 대학들어가는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돈을 벌기위해 소개비란 명목, 자격증과 자격이라는 명목으로 초기투자를 해야하고, 나처럼 영어회화 향상의 목적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그 영어회화의 정도가 다시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 레드 오션(Red ocean)을 지나 치열한 블러드 오션(Blood ocean)인 것이다. 생판 모르는 상황으로 준비없이 와서는 기댈 것이 노력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현실인 것이 맞다. 이렇게 봐서는 워홀이라는 비자의 목적이 초기 의도와는 다르게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 호주 워홀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어떤 생각을 갖게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군대에 다녀왔다는 것 따위 아무런 경쟁력도 갖지못한다. 오지나 기타 국가, 또다른 한국인 팀도 같은 일자리를 잡기위한 경쟁상대로 있을지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감안할 각오가 되어있다면 호주 워홀을 생각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