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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s 일상/신혼부부 디딤돌 대출 후기

집 구매를 결심한 계기

by 이거는 2019. 6. 1.



집 구매를 결심한 계기


글을 남기기 전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산현황이라는 밑천이 다 드러나 보이는 이야기인데

공개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 또한 앞서 경험한 선배들의 블로그 정보를 바탕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내 작은 경험이나마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경험을 공유한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인 L씨가 있다.


<연봉 3500만원인 가상인물 L의 일반적인 서울생활> 


월 실수령액     260만원

(-) 월세        60만원

(-) 관리비        10만원

(-) 생활비(직접조리, 외식, 배달음식, 커피전문점) 40만원

(-) 점심 식비        15만원

(-) 전화 및 통신  10만원

(-) 교통비        10만원

(-) 부모님 용돈   30만원

(-) 보험(의료실비, 암보험, 운전자보험) 6만원

(-) 지출 합계    181만원

(+) 월 저축        79만원


앞서의 예시에서는 월세 60짜리 집에 살면서 월 80만원씩 저금하는 것으로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원짜리, 직장 근처는 아니지만 암튼 교통은 편한 곳의 오피스텔에 살고있다. 


L씨는 10평이 채 안되는 9.6평의 혼자라면 쾌적하고 둘이라도 괜찮을만한 아담한 사이즈의 오피스텔에서

오붓하게 신혼을 시작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피스텔이 방이 구획된 것도 아니고

추후에 자녀가 생길 것을 감안하면 지금보다는 넓고 방도 있는 주택으로 이사가고 싶다. 


결정적으로 매월 지불하는 월세 55만원은 순수하게 집주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다.

일급을 15만원(15만*5일*4주 = 300만)으로 생각하면 한 달에 4일 정도를 집주인을 위해 일하는 셈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월세를 줄여 저금액을 늘리고 싶다. 


우선 생각나는 방법으로는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내린다.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는 5만원씩 내려간다.

그런데 보증금은 2년간 묶이는 돈이고 2년 후 월세 또는 보증금이 지금과 같을 것이란 장담이 없다. 

집주인에 따라서는 월세를 더 받을 목적으로 보증금 조정이 안된다 하는 경우도 많다. 


두번째로는 전세. 전세대금을 한번 지불하면 원금의 이자만 내면되니 확실히 월세를 줄이는 데는 좋다. 

하지만 L씨는 주택도시기금의 신혼부부용 전세대출을 알아보니 부부합산 연봉이 6천만원이 넘어 자격이 안된다. 

결국 혼자하는 전세대출로 버팀목 전세대출이 연 2.7%, 수도권 최대 1.2억까지 된다. 

전세 보증금의 70%까지 되기 때문에 1.2억을 다 땡기면 약 1억 7천만원짜리 전세까지 커버가 된다.

근데 일단 통장 저금이 5100만원 이상 있어야지. 

1억 2000만원을 빌려 연 2.7%로 계산하면 이자가 월 27만원이다. 

월 1000 / 55 에 살던 집 보증금을 조정한다고 하면 5000 / 35까지 된다.(집주인이 동의한다면) 

그에 반해 전세 1억 7000만원짜리 집은 5100 / 27만원에 살 수 있다고 하면 어쨌든 지출을 매월 8만원씩 줄일 수 있다. 


그런데 L씨의 배우자 C씨가 말하길 2년마다 전세금 오르는 예는 늘상이지만 

전세금이 줄어들어 돌려받았다는 예는 들어본적이 없다고 집 구매를 한번 알아보잔다. 


똑같은 조건으로 1억 200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디딤돌 대출을 알아봤다. 

신혼부부 전용이건 일반 디딤돌이건 연봉때문에 조건은 같았다. 30년 대출에 연 2.75%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주택청약저축 가입기간 및 납입횟수에 따라 최대 2.55%까지도 된다. 




신기한건 전세비 대출이 구입비 대출의 연 이자보다 더 싼데 월 납입 이자는 더 내야된다. 

이번에는 집주인인 은행을 위해 전세는 매달 27만원씩, 구매는 15.6만원씩 일해야 한다. 

집주인을 위해 매달 55만원씩 일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건 좋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걸까? 


여기에는 대출기한 설정과 상환방식의 차이에 따른 이자 계산이 달라서 그렇다. 


전세금은 빌린 돈 1억 2000만원의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은행에 그대로 원금을 돌려주는 만기일시상환 방식. 

매매금은 빌린 돈 1억 2000만원의 '이자 + 원금'을 매 달 같은 금액으로 갚아나가는 원리금균등상환 방식. 


물론 내야하는 월 상환금은 원금까지 상환하는 매매(디딤돌 대출)가 더 크지만 

L씨는 월 80만원씩 저축해오던 사람으로 기존 저축액 80만원 중 333,333원을 원금을 갚는데 쓰면 된다. 

원금이니까 어쨌든 이자없이 저금하는셈. 

(333,333원씩 30년 장기 적금이면 이자가 얼만데... 하는 것은 접어두기로) 


오 신난다. 왠지 돈 아끼는 기분이야. 


근데 중요한게 전세가 1억 2000만원 하는 집을 구입하려면

당연히 매매가는 더 높을테니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빌려야 하고 

당장 매매가 1억 2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한다면 전세 1억 2000만원짜리보다 많은 조건을 포기해야 한다. 


넓이가 확 좁아진다던지, 반지하 또는 옥탑이 된다던지, 위치가 산 위에 있다던지 등. 

지금 살고있는 월 1000 / 55 수준보다도 떨어지는 집이 되어버린다. 


요즘같이 집값이 불안정한 때 전세금 대출을 받아 2년마다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살 수는 있다. 

단순계산으로 L씨 부부는 계획대로 템플스테이 인 더 시티스러운 생활을 지속한다면

10년이 아닌 5년만에 대출한 1억 2000만원을 다 갚을 수 있다. 

그런데 그때가 되서 막상 이 집을 전세가 아닌 구매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집 가격이 그대로일지 떨어져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주인이던 은행이던 누구한테든지 갚아야 하는 월 상환액을 27만원으로 놓고 계산해보니

1억 2000만원 전세와, 구매자금 2억 700만원이 같다. 

원금 상환이 있어서 월마다 내는 돈은 27만원과 84만 5천원으로 확 차이나지만,

차액은 무이자 적금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대출을 2억 700만원까지 한다는 말은 

매매가 2억 9600만원짜리 집을 사겠다는 말인데 그러려면 나머지 잔금 '8900만원 + @' 가 수중에 있어야 한다. 



일이 자꾸 커진다. 

1000 / 55 에서 갑자기 8900 / 85로 확 뛰어버렸다. 


L씨와 C씨는 고민을 한다. 

우선 전세로 옮겨 좀 더 저축해 집을 살 여력을 기를지 

아니면 이번에 무리가 가더라도 집을 구매해버릴지. 



결론은 집을 구매하기로 했다. 

2018년 말부터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고 정부도 집값을 잡는다하며 뭔가를 계속 시행하는데다가

갈수록 인구도 줄어드는데 집값이 더 오를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젊은 사람들의 혼인 연령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둥,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둥

바라는 욕심으로는는 결혼하면서 누구나 자기 집 하나쯤은 장만할 수 있게

당연히 집값이 좀더 싸져야 하지 않나 싶었다.


집을 사고나서 오르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값이면 내 집이라는 마음의 안정과

하락해도 속은 쓰리겠지만 실제 거주하는 집이니 개의치 않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어보면

지금 사는 집에서 보증금 1000에 월세 55만원을 내는 대신

대출이자를 2.75%로 빌리면

보증금 8900에 월세 27만원,

2.55%로 빌리면 월세 25만원을 30년간 은행에 납부하고 내 집을 갖는 것이다.

나머지 차액 57만 5천원은 원금 2억 700만원을 30년간 나누어 갚는 것으로

30년 만기 2억 700만원짜리 무이자 적금으로 볼 수 있다.


근데 엄밀히 따져보면 30년 뒤 집값이 떨어지면 원금을 손해볼 수도 있는

펀드같은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네이버 적금이자 계산기에서

월 57만5천원씩 월 복리 2.75%로 30년간 납부하면

덧붙는 이자가 1억 1500만원 정도가 된다.

(현 시점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긴 기간에 금리까지 높은 적금 상품은 없다.)

30년 동안 집값이 1억 1500만원이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정말로 오르면 단순계산으로는 적금보다는 나을 것이다.


역시 단순계산이지만

월세도 27만원이면 하루 1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내 집을 갖는 것이니 결정에 좀 더 격려가 되었다.


서울에서 3억 범위의 주택을 찾아보니 다행스럽게도 선택지가 꽤 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투룸 정도에서는 꽤 많다. 


아파트 매물을 보니 나홀로 아파트거나,

교통편의성이 많이 떨어지면서도 연식은 L씨와 동갑내기 내지는 훨~씬 선배다. 


그래도 직접보면 낫겠지 싶어 막상 가보면

말만 아파트지 변변찮은 지하주차장도 없고 있더라도 들어갔다가는 나오는 차량과 만나 식은땀 흘리던지

들어가서 주차는 커녕 코너 돌기에도 벅찬크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역에서 언덕을 한참 올라와 벌써 지쳐있는데

5층짜리 건물에 대체 왜 엘리베이터가 없는지 불평도 잠시, 이제는 계단을 올라야 한단다.

양손가득 장을 봐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한 상상을 해본다.


계단을 올라 세대를 방문해보면

언젠가 예비군 훈련으로 몇 일 사용해봤던 동원막사보다도 허름한 수준의 집에서

돈을 모아 이사나오기 전까지 쭉~ 살아야 한다.

이런 아파트들은 요새 애들은 모르는 4구 유선전화 코드를 쓰는 콘센트가 벽에 있다.

게다가 입주시 도배장판 및 입주청소만으로는 커버가 안되는 매물이 대부분이다. 

인테리어까지 고려하려니 대출해서 구매할 집 가격 외에도 추가비용을 염두해야 했다.


와이프와 밖으로 나오며

'그래도 여기 살면 홍수날 걱정은 없겠다 그치?'

라며 기분을 달래본다.


아파트를 찾아 범위를 넓히니 

동쪽으로는 구리, 서쪽으로는 부천이나 시흥, 남쪽으로는 성남 구시가지 또는 구성이나 기흥정도는 되어야

슬슬 반짝이는 집들이 보인다. 

서울 땅 한조각 가져보기가 쉽지 않네.



(추가, 2019년 2월에 집을 구매해 1년이 지난 2020년 2월의 후기)

현 시점, 구매 당시 집값의 50%가 올랐다.

오른 만큼의 차액을 단순히 벌기에도 어려운데

그 금액을 모으려고 하면 벌어야 하는 기간의 두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2019년 10월의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2.25%로

기본 금리가 디딤돌대출보다도 낮아져서 수입이 없는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경우

최대 1.65%까지(2.25%(e보금자리론)-0.2%(신혼부부)-0.4%(다문화)) 가능하다가

요새는 다시 2.65%까지 올랐다.


이때는 집값도 원래 집값의 10%정도가 빠지는 추세였지만

풍선효과라고 9억 넘는 주택들이 한창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이제는 9억이 안되는 주택들의 집값이 올라버린 것이다.


주변의 신축 아파트는 과장을 조금 보태면 1년새 2배(100%)가 올랐다.

물론 호가는 호가일 뿐 저렇게 오른 가격에 살 사람이 있을까마는

걱정하던 30년 2.75% 월 복리 이자는 1년만에 집값 상승으로 넘겨버렸다.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집값올라서 좋겠다 싶겠지만 오른만큼의 돈이 내 수중에 있는건 아니다.

떨어지는 것보다야 기분은 좋을테지만 살림의 변화없이 내야하는 세금은 늘어난다.

주변이 덩달아 올라버려서 팔고 이사를 가더라도 이 동네는 다시 못들어온다.

근데 다니던 직장도 그렇고 짧지만 살아오던 기반과 추억이 여기 있는데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어디 쉽던가.


내 스스로도 1년여 전

새로이 가정을 꾸리는 신혼부부를 위해 집값은 좀 떨어져야 하지 않겠나 싶던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표현처럼

이제는 반대로 집값 상승을 응원하는 쪽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양심이 찔리기 보다 아프다.


%(비율)로 오른다고 보면 구매 당시 비싸던 집들이 더 많이 올랐으므로

좀더 무리해서 대출받았으면 좋았을까 싶다가도

어차피 오늘 당장 팔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괜한 상상을 하고있는 것이 공상연구소장답다.

장기간으로 보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할 수도 있는 것이니

대출금의 높은 월 상환액에 허덕이는 주변 사람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며 위로해본다.


집 사면 확실히 좋은 점?

집안 어른들, 주위 선배들의 잔소리 5조 5억개 중

저금이 어떻고, 미래가 어떻고, 투자가 어떻고, 집과 땅이 어떻고 등등 관련 3만여가지 잔소리와

라떼는 말이야와 관련된 2천여가지의 자기자랑이

한번에 뚝! 없어지더라.

(먼저 유난떨면 안됨. 물어볼때 별거 아닌듯 시큰둥하게 말해야됨)


응 알아서 잘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