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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7. 갠다(Gayndah)

[10년 9월 6일, 월] 공장 첫 인터뷰

by 이거는 2012. 6. 11.

  결국 비 때문에 밤샘은 못하고 새벽 3시쯤 차 안에서 잠을 청했다. 7시쯤 일어나 공공화장실에서 적당히 씻고 양치한 뒤 잉햄(Inghams)을 찾았다. 나 말고도 2명이 미리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잉햄 양식으로 새로 지원서를 나눠줘서 적기 시작했다. 이놈의 나라는 뭔 레퍼런스(지금, 과거 일했던 기록과 관리자 연락번호)를 요구하는지... 기타 뭐 이거저거 적을 것들이 많았다. 양식이 마치 스위프트(JBS Swift) 이력서만큼 두꺼웠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인터뷰 하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늦게 온 대만 여자애가 지원서 해석에 애를 먹고 있었다. 나 말고는 다 서양사람이었으므로 쑥쓰러웠는지 나한테 물어보길래 아는대로 설명해줬다. 중국계는 다들 영어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꼭은 아닌가보다. 나도 그렇지만 영어를 나보다 더 못했는데 신기한건 의사소통이 잘되더란 것 이었다. 이름이 비키(Vicky)라고 했고 지금은 한스(Hans)라는 햄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햄 공장이면 굳이 여기로 안와도 되지않냐고 물었으나 페이가 불규칙하고 나쁘단다. 웃을 때 덧니가 예뻤다.

  알고보니 나이도 83년생으로 누나였다. 맞다, 대만 사람들은 보통 일하다가 그만두고 워홀오는 경우가 많댔지.

  내 차례가 먼저 와서 들어가 덩치 큰 아줌마와 마주보고 앉게되었다 이름은 조셀린(Jocelyn)이라고 했다.

  언제 호주에 왔고, 왜 왔고, 무엇을 했고, 어디에 살고, 잉햄은 어떻게 알게되었고, 여기에 아는 사람 있는지, 오전반과 오후반 중에 어느게 나은지, 차량은 있는지, 내가 멜번쪽에서 농장일 했다니까 멜번하고 브리즈번하고 어떻게 다른지도 물어봤다. 난 스위프트(Swift)나 알았지 잉햄은 몰랐으므로 긴장도 안되고 인터뷰 분위기가 좋았다. 무엇보다도 인터뷰 해주는 사람이 얼굴도 잘 빨개지고 잘 웃었다.

  가능하면 오전반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조셀린이 오후반이 돈 조금 더 주는데? 라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오후반의 어려움을 안다. 부지런하지 못하면 하루는 잠과 일 두가지로만 쓰인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있었다. 사실 모든 시간이 다 괜찮지만 오전반을 선호하고 일을 마치면 공부도 하고 호주를 좀 더 즐기고 싶다고 했다.

  추후에 신체검사가(Medical test)가 있으므로 다시 한번 방문해줄 수 있겠냐고 하길래 시간 여유를 조금 더 달라고 했다. 지금 450킬로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미리 농장주에게 얘기를 해야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시골이라 신호가 잘 안 잡혀서 간혹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어디까지나 이런 '의도'로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 지금도 끝나고 바로 올라가서 내일부터 일해야한다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깔깔대고 웃었다.

  나와서 보니 대만 애가 어떤걸 물어봤는지 물어왔다. 그래서 몇 개를 얘기해주는 차에 호명되서 들어갔다. 먼저 갈까도 생각했지만 뭐 어차피 날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같이가려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뒤 상당히 짧은 시간만에 끝내고 나오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간단히 쪽지를 적더니 카운터에 넘기고 나왔다. 영어는 못하지만 잘 해보겠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지금도 다행이라 여겨지는게 보름 전 브리즈번에 들렀을 때 깔끔하게 머리를 잘랐던 점이다. 그 이전에는 묶어도 될만큼 긴데다가 수염까지 관리를 안해서 산적, 구마적, 소도둑으로 통했었다. 친한 형들 아니면 내 앞에서 그런 말도 함부로 못할 외모였긴 했지만 농장에서는 이런 외모가 통한다. 너무 말끔하면 초보로 오해해.

  문 밖으로 나와서 걷고있는데 전화가 오더니 지금 아직 밖에 있냐고 묻더라. 오늘 멀리서 온 사람이 나 말고 한명 더 있는데 신체검사를 12시에 맞춰줄테니 와서 보고가라고 했다.

  나오는데 비키가 오늘 도와줘서 고맙다고 뭔가 먹을 것을 사주고 싶다고 했다. 바로 가야되는 일 있냐고 해서 난 여기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12시까지는 시간이 비니까 괜찮다고 했다. 근데 마침 자기는 신라면을 엄청 좋아한단다. 집에 가서 같이 먹자고 하길래 따라갔다. 장볼 것도 몇개 있다고 하기에 콜스(Coles)에 들러 간단한 야채와 계란 등도 샀다. 내가 이왕이면 차가 있으니 온 김에 너 필요한거 다 사라고 했지만 적당히 사더라.

  근데 살짝 걱정되는게 영화 호스텔(Hostel)처럼 잡아놓고 고문시키면 어쩌지. 대만사람은 한국사람 싫어한다던데.

  집은 모닝사이드(Morning side)라고 했는데 집에 가 보니 다른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분위기상 연락없이 남자데려왔다고 말한 것 같다. 아니면 너 남자 보는 눈 형편없구나.. 라던가.

  개중에 예전에 잉햄서 일했던 친구가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신체검사는 별거 없고 스트레칭 같은거랑 시력검사, 청력검사를 한단다. 헤드폰을 끼고 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소리신호가 나갈 때마다 앞에 있는 기계의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고 맞춰서 누르란다.

  밥을 먹고 서로 합격하면 친하게 지내자는 둥 어쩌고 저쩌고 말하고 헤어졌다.

  신체검사 때문에 다시 가 보니 나 말고 아프가니스탄 남자가 한명 기다리고 있었다.

  아까 그 친구 말대로 스트레칭 가능한가 체크하고, 시력검사, 악력검사, 근력검사... 다 간단하게 넘어갔다. 면허시험장 신체검사처럼 대충대충 했다. 악력검사는 오른손 65, 왼손 55가 나왔다. 검사관이 꽤 높다고 놀라워했다.

  청력검사는 처음에 감이 없어서 버튼을 못눌렀는데 이게 일정한 박자를 두고 주파수 별 소리가 나온다. 보통 높은 주파수의 음역대는 사람이 잘 듣지 못하지만 기계의 불빛을 보고 따라 눌렀더니 검사관이 와서 가리고 갔다. 하지만 박자 맞춰서 적당히 눌러줬다. 거짓인거 알면 어떻게 해.

 검사를 마치고 아프가니스탄 친구를 역까지 바래다 줬다. 다음에는 유니폼 입고 보자고 인사했다.

 갠다로 오는 길에 뒤에서 번쩍하는 느낌이 났는데 나중에 보니 스피드티켓(Speed tiket, 과속딱지)이었다.

 200불짜리.

  지난 번 브리즈번 왔을 때에도 하나 떼였는데. 두 개 다 한번씩 연체해서 결국 250불 x 2 = 500불 = 58만원을 냈다. 워홀러라 매번 주소가 바뀌는데 내가 과속이 나온지 어쩐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한번 연체에 53불이 추가 벌금으로 붙더라.

  확실히 호주 사람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한국보다 양보가 많은 것은 엄청난 벌금도 한 몫을 한다. 벌금을 낼 당시 난 투잡으로 세전 1400, 세후 1100불을 받았지만 벌금 500불은 역시나 타격이 컸다.

 

  Gympie까지는 조심해서 운전해야지 110km 제한이지만 옆 차들만 믿다가는 가끔 과속을 한다. 그리고 100km로 바뀌는 구간도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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