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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9. 빌로엘라(Biloela)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생활)

by 이거는 2012. 7. 21.

  브리즈번, 흐림

  호주가 우리와는 달랐던 점은 많지만 생활 전반적인 면에서 흥미롭던 것 다섯 가지만 적어볼까 한다.


01. 저금과 돈 단위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다고는 하지만 살다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교통비와 음식값은 두배쯤, 담배나 교통위반 벌금은 4배에서 5배쯤 비싸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생필품이나 식료품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우유나, 주스, 계란, 고기, 야채 등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다. 내가 호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캐주얼(아르바이트)이었지만 한국보다는 평균적으로 4배 정도 비싼 시급을 받으니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서라면 아르바이트 하면서 투잡이 아니면 호주만큼 저금하면서 살기는 힘들다.

  한 주에 5일, 38시간을 일하면 700불을 받고 100불은 세금, 100불은 방값. 100불은 기름값이나 교통비, 기타 식료품비, 100불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써야하는 돈이라고 가정하면 300불씩 세이브가 된다. 한 달에 1200불을 저금할 수 있다는 얘기.

  돈 단위가 다른 것을 새삼 느낄 때도 있다. 처음에는 40불 50불 숫자가 작으니 체감을 못하다가도 나중에는 큰 돈임을 알게된다.

  농장에서 일을 할 때 은행을 가거나 매번 ATM에서 출금하기 귀찮으면 한번에 400~500불씩 찾아두고 쓴다. 간혹 같이 일하는 친구가 방값 내야되는데 200불만 빌려줘. 내일 뽑아서 줄게라고 하면 지갑 안에서 200불을 꺼내 바로 빌려줄 수 있었다. 한국같으면 5만원만 넣고 다녔어도 크다고 생각했을텐데 여긴 10배정도의 현찰을 들고 다닌다.

  조금만 큰 도시를 벗어나면 내가 농장생활을 하던 곳들처럼 큰 매장이 없는 조그만 동네가 많아서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번 장보면 800불에서 1000불씩 장을 본다.


02. 중고문화

<대표적인 세컨핸드샾 Vinnies(http://www.vinnies.org.au)>

  이곳은 중고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동네마다 세컨핸드 샾(중고물품을 싸게 팔고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다. 의류, 전자제품, 조리기구, 책, 가구 등. 운 좋으면 싼 가격에도 괜찮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중고로 침낭같은 캠핑용구나 의류를 구매해서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여기는 특히 중고차 시장이 잘 발달했는데 3500불 정도면 2000년대 이후의 비교적 괜찮은 차량들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주행거리는 20만 킬로 전후다. 한국이라면 슬슬 교체시기라고 생각하겠지만 호주에서는 아직 팔팔한 현역이다.


03. 주택문화

  서양에는 한국과 같은 온돌식 전도 + 복사 난방이 아닌 대류난방이기 때문에 보통은 땅 위에 바로 집을 짓지 않는다. 땅이 넓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고층건물보다는 낮은 층의 건물을 선호하는데 땅에서부터 한 층 정도를 띄워 차고나 창고의 용도로 쓰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 혹은 지하실을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

  정문에서 집으로 들어갈 때는 계단으로 올라서 들어가고 집 뒤에 마당과 지하실, 혹은 1층의 차고로 통하는 출입구가 하나 더 있다.

  집 뒤의 마당에는 수영장이나 빨래걸이대, 창고가 위치하는게 보통이다.


04. 담배

  담배가 우리처럼 완제품도 있지만 담배잎과 필터, 종이를 따로 살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쪼그려 앉아서 꼬깃꼬깃 담배를 말고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영화에 나오는 마약하는 사람들 포즈와 같을 거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가끔 필터 없이도 피는 사람들도 있더라. 난 담배를 싫어하니 당연히 그 맛이 궁금하지도 않지만 표정만 봐도 쓴 맛이 느껴진다.

  농장 일을 하다보면 유럽이나 호주 고유의 애보리진들도 만나곤 하는데 얘들은 어디서 얻는지 대마초(마리화나)를 피운다. 대마를 100프로 하는 경우는 없고 약한 양부터 시작해 점차 50:50의 비율로 올려가며 피운다고 하더라.

  처음하면 보통 구토를 하고 잠을 못든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을까.

  신기한게 대마를 한 사람은 눈이 풀리고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띄운다. 뭐가 좋냐고 하면 뭔지는 모르는데 그냥 좋단다. 또한 사람마다 다른데 뭔가에 갑자기 확 예민해진다. 빛이라던지 소리라던지.

  평소 열려있던 방문이 닫혀서 조용하다면 특별히 방해 않는게 좋다. 토끼굴을 구경하던지 아니면 평소에는 서로 전혀 모르던 남녀가 친해져서 한참 땀흘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니.


05. 성인문화

  성인용품점을 시내 가운데서 쉽게 볼 수 있다. 당연히 사람들 출입도 자유로운데 가본 느낌으로는 예상처럼 어두침침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피임도구는 물론 코스프레를 위한 의류, 각종 자위기구가 진열되어 있어서 어린이 장난감 판매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영화 소품으로나 쓰일 것 같은 끈이나 사슬, 족쇄, 딱 봐도 중세의 고문기구처럼 생긴 물건들도 있고 처음보는 갖가지 제품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면 친절한 설명까지 해준다.

  울월쓰나 콜스 등의 큰 마트에 가면 콘돔이나 윤활액(Lubricant) 같은 용품은 붕대나, 고무밴드, 진통제 등의 약 종류가 모여있는 코너에 회사별, 모양별, 종류별, 크기별로 진열되어있다. 한국에서는 그런 것을 사고파는 것을 쉬쉬해서 보통은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은 보기도 힘들다.

  한국의 인터넷이 신기한 점은 담배와 술은 괜찮은데 유독 콘돔은 성인인증이 필요한 검색어라는 점. 담배회사는 로비하고 콘돔회사는 로비안해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다음과 네이버는 검색이 안되지만 구글은 된다)


  왜?

  성인인증 검색이어야 하고 숨겨놓고 팔고 조심스럽게 사야 할까?

  나이만 20개 찼다고 어른인가. 이렇게 정보 얻기가 어려운데 철없고 덩달아 피임공부도 무지한 ‘어른이’들이 제대로 책임있는 성문화를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군대에서 남자들끼리 하는 얘기로는 엄청난 자기과시, 자기자랑에 편승한 동물의 왕국을 라디오로 듣는 착각이 들지만 지금 우리 일상생활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자들도 자기네끼리 그런 얘기를 한단다.

  슬슬 주변 친구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갖는 나이가 되다 보니 친한 사람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성관련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가끔 피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는 남자 후배들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데 하물며 여자들도 생리주기에 대한 간단한 상식조차 없을 때는(물론 외국이니까 이런 얘기를 터놓고 할 수 있었겠지만) 상당한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남자 형제나 아버지가 아니니까 냅둬야 하나 아니면 붙잡고 설명해줘야 하나. 사실 내가 설명해주는 것도 이상한게 괜한 오해가 생길까봐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다.

  설명한들 즐거워야 할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는 것도 그렇고 내 태도는 이미 어떻게 그렇게 무식할 수 있냐는 분노의 표출일 것이기에.

  호주는 확실히 우리보다는 성문화에 대해서 개방적이었다. 같이 일하다보면 야한 농담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화를 내야할지 정색을 해야할지 난감한 때도 많았다. 나는 총각이고 방침은 혼전순결이라고 당연스런 한국의 생각을 얘기해주면 고장난거 아니면 어떻게 20대 중반이 버진일 수 있냐며 뻥치지 말란다(Bull shit).

  호주는 성매매가 불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시내 중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워홀비자로 원정 성매매를 오는 한국여자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들을 땐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과 젊음을 타국의 되도않는 남자들, 혹은 여자들에게 바친다는 점이 속상한게 사실이다. 뉴스가 다는 아니겠지만 돈은 확실히 엄청 벌어가더라.

  우리 워홀러 사이에서는 그깟 돈이 뭐길래라고 욕을 한바가지 하고 싶지만 1000불 주급을 성공의 잣대로 보는 것을 누가 얘기하고 정한건 아니지만 속으로는 어느정도 수긍한다. 그런데 그녀들은 그 주급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액수를 댓가로 일하는 것이다.

  무조건 반대한다기 보다 그와 비슷한 가치를 갖는 기회와 선택지를 주고 선택하라고 하기 전에는 그들이 고른 선택에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도공(陶工)들처럼 더 큰 회사에 스카웃되었다고 생각해야지 차라리 속 편하다.

  요새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 나오는 것처럼 옛날부터 비교적 최근까지도 국가의 중요한 사건들은 요정이라는 고급 술집에서 이야기가 풀린다고들 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마이코들이 게이샤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전통적이면서도 귀하게 생각되는 문화를 봤을 때 아직 있는 것 같고 한국은 통 모르겠네. 성매매 단속이다 어쩌다 가끔 시끄러운 것을 보면.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인데 제한한다고 사람의 본능 중 한 가지가 통제가 될 수 있을까? 막는다고 안하냐? 막은거 했다고 조심히 자랑하겠지. 통제 때문에 나쁜 쪽으로나 발전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만.

  유학을 다녀온 남자나 여자를 결혼상대로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타국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자연스레 생기는 외로움으로 두 사람이 만나면 동거가 큰 확률로 전제되기 때문이다.

  이곳 호주에서도 혼전동거는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남녀가 서로의 집에 방문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면은 확실히 한국보다는 개방적이지.

  하지만 통금같은 가족 자체의 룰이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이 좋아한다면 애인관계에서 할만한 것들은 시간과 장소를 떠나 할 수도 있는거라고 가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문화와 관련해 문란한 정보는 제한한다 쳐도 피임과 성교육은 이곳처럼 성인 이전에도 자연스럽고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심리학에서 말하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밝은 쪽으로 가져와 노출시켜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해야 한단다. 오랜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동방예의지국이니 남녀칠세부동석이니 배워왔던 것들이 현재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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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1/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생활)

26.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2/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문화)

27.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3/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자연)

28. 연금환급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