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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워킹홀리데이/9. 빌로엘라(Biloela)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문화)

by 이거는 2012. 7. 23.

호주가 우리와 다른 점을 문화적인 면에서 적어보겠다.


01. 감정표현과 키스



  확실히 우리보다 감정표현에 있어서 자연스럽다. 전화할 때도 끊기 전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한다. 난 가족들과의 통화에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약간 어색하고 쑥쓰럽고 그런데 그들을 보면서부터는 내가 사랑한다는 표현에 이렇게 인색했었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꼭 마칠 때는 씨야(Seeya), 바이(Bye)나 바이바이(Bye bye)로 끝마치는데 한국사람들 끼리의 통화에서는 '그래', '어', '알았어'로 끝마치는 점을 의아해하더라. 나는 미처 몰랐는데 호주 친구들이 ‘어 그래 알았어 어’의 ‘어’가 한국식 Bye와 같은 표현이냐고 묻더라.

  그리고..Kiss. 한국에서는 학교나, 지하철, 공원 등등의 공공장소에서 남녀가 허리를 안고 키스를 하면 ‘쯧쯧 부모가 누군지 벌써부터 까져갖고‘라고 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호주는 사랑하는 연인사이에서는 나이를 떠나 간단한 스킨십과 키스정도는 당연한 일상이다. 물론 5초 이상 입을 맞대고 있거나 좀 심하게 핥(?)거나 과한 스킨십은 그들도 하지 않는다. 간혹 철없는 ’어린노무 자식들‘이 하는 정도지 일반적으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

  닭공장에서 근무할 때도 젊은 부부던 나이든 부부던 일 시작 전 각자의 부서로 나뉘면서 간단한 키스와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봤던 것을 보면 이 정도는 사회통념상 당연하게 여겨지는 듯 하다.


02. 파티



  파티에 대해서는 따로 적었던 글이 있다.

  서구의 파티는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즐기거나 축하하는 자리를 뜻한다.

  파티 주최자는 보통 장소와 음악, 약간의 주류, 간단한 접시 등을 준비하면 파티에 참여하는 사람들 각자가 직접만든 음식과 BYO(Bring your own)이라고 자기네가 먹을만치의 주류를 들고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음식과 주류를 다같이 즐긴다. 한국의 파티는 주최자가 모든 것을 준비하는데 이들의 파티라는 문화가 이렇게 자주, 그리고 부담없이 열릴 수 있다는 이유는 이것에 있다.

  그리고 복장문제에 있어서도 서구권에서는 파티라 하면 특별히 차려입고 가는게 아니라 간편한 복장에 맘 편히 즐기러 가는 것이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호주 초기에 파티 같은게 있다면 참여할 때 입고가겠다며 양복과 구두를 낑낑대며 들고갔다가 농장타면서 한국으로 바로 돌려보냈다. 쓸 일이 전~혀 없거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남모르게 쑥쓰러운 경험이다.

  나를 비롯해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파티는 미드 가십걸(Gossip girl)에나 나오는 파티임을 생각해 볼 때 재밌는 점이 하나가 있다. 가십걸의 파티 같은 경우는 보통 참여할 때의 드레스 코드(Code)가 있는데 이 때는 옷을 대여해 입는다. 턱시도를 비롯한 수트나 코스프레 복장을 전문적으로 대여해 주는 곳이 있다. 또한 그런 파티는 이처럼 파티라 부르지 않고 연회(Banquet)라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워킹 홀리데이로 간다면, 그리고 엄청나게 대단한 인맥이 있는게 아니라면 호주에 머무는 동안 어지간해서 그런 파티는 참여해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 결혼식 정도라면 모를까.


03. 아침, 점심, 저녁식사



  아침은 시리얼과 주스, 간단한 빵 정도로 대충먹는다.

  점심은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와 샌드위치 혹은 햄버거 정도를 먹는다.

  저녁은 하루 중 가장 푸짐하게 먹는다. 가족들이 모여(뭐 가족 나름이겠지만) 샐러드와 고기류 등 각자의 출신지에 맞는 음식을 제대로 먹는다. 호주는 워낙에 이민자들이 많아서 3대만 올라가도 호주 본토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만큼은 본인들 나라의 전통대로 챙겨먹는게 보통이다. 워홀러들도 마찬가지로(이유는 비록 같지 않겠지만) 하루 중 저녁 정도만 제대로 챙겨먹는다.


04. 일반 복장

  반팔이나 나시 티에 워킹팬츠에 슬리퍼. 이게 내가 호주 머무른 동안 일반적인 외출복장이었다. 물론 클럽에 간다거나 파티에 갈 일이 있다면 반팔과 청바지 정도는 입었지만 시내 한가운데서 위의 복장으로 돌아다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여자들 복장도 덩달아 과감하다. 한국보다는 가슴이 깊게 파인 민소매나 탱크탑같이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다니지만 전혀 이상해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입는데 당연히 이상할 것이 없지.

  남자들 중에는 상의 탈의에 워킹팬츠만 입고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왜 맨발인지는 모르겠다)


05. 주류 구입과 길거리 주류취급 금지



  주류 구입은 보틀샵(Bottle shop)이라고 따로 주류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에서 사야 한다. 일반적으로 6시 전후로 문을 닫고 늦게까지 운영하는 곳은 11시 정도까지 운영한다. 일반적으로 24시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가게가 닫기 전에 미리 구입해야 한다.

  호주는 공원마다 무료로 바비큐를 구워먹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고기 먹을 때면 술 한잔이 생각난다고 할 사람들이 많은데 호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주류를 마시면 벌금을 내야한다. 솔직히 나도 상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매번 한국에서는 너무도 당연했던 상황에 깜빡깜빡 하곤 했다.

  문두버라와 갠다에서 만다린을 피킹할 때 룸메였던 레오 형은 그야말로 애주가였다. 특히나 맥주를 좋아했는데 맥주를 한 박스 사면 보통은 이틀만에 혼자 다 마신다. 정말 술을 좋아하는게 아침에 일어나서 한병, 일 나가면서 한병, 점심먹으면서 한병, 그야말로 하루종일 음주피킹을 했는데 내가 신기해했던 점은 전날 자기 전에 그렇게 마셔놓고 아침까지 화장실을 한번 안 가더라.

  절친인 경준이형과 술을 마시면 해뜰 때까지 마시고 둘이 아침 청소 다녀온 뒤, 경준이 형은 공부하러 가고 레오 형은 나와 일상 업무를 보기위해 시티로 나선다. 정말로 대단한 체력이랄 수 밖에.

  형 덕분에 호주에 있는 맥주를 종류별로 한번씩 마셔본 것 같다. 워낙에 맥주를 자주 사다보니 값 변화와 할인에 민감해지는데 맥주의 값은 알콜 농도가 진할 수록 비싸다.

  예를 들어 퀸즐랜드 대표맥주인 포엑스(XXXX) 골드의 경우 3.5%, 빅토리아 대표맥주인 VB(Victoria bitter)의 경우 4.6% 이때 일반적으로 할인이 없다면 VB가 XXXX보다 비싸다.

  형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Toohey's Extra dry(4.6%)이다. 나는 밤샘운전 후 피곤한 상태로 숀클리프에서 낚시할 때 겨우 6병 마시고 나를 잊을 뻔 했다. 형을 보면서 맥주를 포카리스웨트 같은 음료로 생각해왔다가 맥주로도 사람이 취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06. 엠뷸런스 비용이 엄청나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다른 점은 아니지만...

  내가 소공장에서 일하게 된 후 브리즈번을 떠나면서 같이 일했던 부서사람들과 한국음식점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얼추 열차 막차시간이 다가와 나와 같은 방향이던 몇몇이 근처 기차역으로 같이 이동하게 되었는데 우리 일행 중 하나가 너무도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 언니하고 같이 사는데 언니도 못알아보더라.

  내가 남자니 얼추 업어서 역까지 가자고 하고 업었는데 난 여자가 심하게 술에 취하면 헬스장의 쇳덩이 따위는 비교도 안되게 무거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술을 좀처럼 좋아하지 않아서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키 160정도의 여자가 그렇게 무겁게 변할 수 있는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 캐리어나 짐 가방같으면 손잡이도 있고 굴려서라도 가겠다만 무게도 무게지만 업으면 매번 흘러내리니 제대로 추스릴 수가 없었다. 오발탄에서 헝그리잭을 지나는 한 블록을 업고가면서 완전히 지쳐버렸다.

  때마침 퀸스트리트를 순찰중이던 경찰들을 만났는데 자기들이 본 이상 그냥은 못보낸다고 했다. 엠뷸런스를 타고 가던지 아니면 술 깨면 데려가던지 하란다. 호주생활을 준비할 때부터 엠뷸런스 비용이 한번에 500불이니 어쩌니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물어보니 국가 소속 엠뷸런스는 무료라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불러달라고 했다.

  말만 엠뷸런스지 급한환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40분이 지나서 오더라. 그렇게 퀸스트리트 바닥에 눕혀놓고 40분을 기다렸다. 엠뷸런스가 오고는 혈압과 혈당 정도를 간단히 체크했다. 그리고 근처 병원까지 가서는 응급실에서 간단한 진단을 받고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암튼, 엠뷸런스를 부른다고 무조건 큰 돈 나가는건 아니다. 난 무료로 탔다.(사족이지만... 벤츠에서 만든 차량이었는데 서스펜션이 엄청 좋은지 과속방지턱을 넘는데 흔들림이 거의 없더라)


07. 뉴스와 간접광고



  농장일 할 때면 매일 아침 TV를 켜고 시리얼을 먹었다. 자주 보던 프로그램은 7번채널의 Sunrise. 우리나라의 모닝와이드 같은 프로그램이다. 신기한 것은 뉴스에서 간접광고를 한다는 점이다. 진행자들이 마시는 커피가 맥카페(Mc Cafe)라고 적혀있더라. 한국은 간접광고를 막기 위해 방송에서는 브랜드를 지우게 되어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과없이 보여준다는 것이 신선했다. 진행도 한국보다는 많이 부드러운게 소파에 기대앉거나 진행자끼리 장난도 치고 그러더라.

  그리고 한국에서는 기상캐스터를 상큼하고 아리따운 여성들을 쓰는게 보통이지만 호주는 남자 기상캐스터도 쓴다.


08. 남자 전화상담원과 택시기사



  전화상담 업무는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할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다. 요새는 한국도 남자 전화상담원을 쓰지만 당시에 남자 전화 상담원은 신선했다. 전화상담원과 택시기사는 보통 인도나 파키스탄, 네팔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한다.


09. 음식의 칼로리

  음식의 칼로리를 재는 단위로 kj을 사용한다. 한국은 kcal을 써와서 kj가 생소한데 대략 kcal의 1/4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10. 인사와 대화

  우리는 길을 가다가 혹은 일터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그냥 제 갈길 가는데 여기서는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Hi, how are you'나 'Hello, how are you'는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잘지내요)?’가 아니라 눈 마주치면 일반적으로 쓰는 ‘한 단어’라고 생각하는게 편하다.

  그리고 How are you, How is it going, What's going on 등의 표현은 진짜 내 오늘의 기분이나 상태를 들으려고 묻는게 아니라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말이다.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없이 Good이나 Fine thank you라고 말하면 된다.

  참, 우리는 오랜 습관에 의해 인사할 때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는데 서구 사람들은 그것을 불편해하지는 않지만 어색해한다. 하지만 동아시아권 국가들에서 그렇게 인사하는 것을 대단한 예절로 받아들이는 점을 알고있기에(대표적으로 일본 영화나 만화,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 서구사람들은 아시아에서 대표적으로 예절바른 국가를 일본으로 알고있다) 큰 문제는 없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장난삼아 한국식으로 따라 인사하기도 한다. 기도하는 것처럼 손도 모아야 하냐고 묻기도 하고.

  우리는 지하철 등의 공공장소에서 아줌마들끼리는 처음보는 사이라도 쉽게 대화를 나누고는 하는데 여기서는 아줌마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를 떠나 대화하는게 자연스러운 듯 하다. 지하철에서 나누는 아줌마들의 대화를 개그콘서트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에 소재로 쓰는 것을 본 적 있지만 서양사람들은 그 소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생활하면서 그들과 눈을 마주치게되면 자연스레 인사하고 지냈지만 한국에서라면 '뭐야 이 사람. 갑자기 나에게 왜이래?'라고 생각했을 점을 생각하면, 외국 사람들이 한국사람에게 말 걸었다가 시큰둥한 반응을 겪고는 한국인들의 첫인상을 차갑다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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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호주의 생활은 이런게 다르다(3/3) : [11년 10월 18일, 화]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자연)

28. 연금환급 : [11년 10월 11일, 화] 연금환급과 호주생활 22개월의 성적표(?)

29. 준비하면서 참고한 자료 : [11년 10월 19일, 수] 호주를 떠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