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3월 10일, 수] 좀비보다 끔찍한 베드버그

  호주에 온 이후에 이곳의 숙소로 와서 베드버그(Bed bug)란 것을 경험했다. 바퀴벌레처럼 생긴 좁쌀에서 쌀알만한 갈색 벌레인데 침대 매트리스에 서식하며 모기처럼 사람의 피를 빤다.

  처음에는 잘 안씻고 비위생적인 사람들이나 걸릴 것이라고 치부했으나 내가 겪어보니 그게 아니다. 똑같이 베드버그가 있는 침대에서 잠이 들어도 물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준이처럼 멀쩡한 사람도 있다. 어떤 기준으로 물리는지 모르겠으나 물리면 간지럽고 부어오른다. 처음에는 모기 상처처럼 보이나 내가 묵는 숙소나 숙소 근처에서 모기라고는 거의 못봤다. 퀸즐랜드 록햄턴에서는 모기한테 많이 물렸으나 베드버그는 전혀 없었고, 이곳 빅토리아 지방으로 와서 처음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모기같은 상처가 나 의심을 해 봤는데 알고보니 베드버그였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있을 수가 있는건지 한국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간지러워서 긁으면 붉게 부어오르는데 흰 피부를 지닌 사람이나 여자들을 보면 심한 경우 홍역앓듯이 피부가 벌개지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나중에 가라앉으면 거뭇거뭇하게 흉터도 남는다.

  나는 잠잘 때도 예민해서 모기가 물면 일어나 잡고 자야되는 성격을 가졌는데 베드버그가 모기처럼 나와서 물고있는 상황은 전혀 보지못했다. 그런데 피부가 모기상처처럼 되는 이유는 분명 침대 시트 뒤 매트리스에 박혀있다던가 하면서 물은 것 같았다.

  매트리스를 일광소독하면서 몇 마리 죽이기는 했는데 오늘 매트리스 말리는 에스토니아 사람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매트리스에 시뻘겋게 터진 핏자국이 자욱했고(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베드버그도 잔뜩 붙어있어 고어영화가 따로 없었다. 아악! !@#$%^& 어떻게 저런 침대에서 잘 수가 있지?

  분명한건 정도가 덜 하긴 하지만 나도 물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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